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정신을 후려치는 몸짓의 파도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5.14 23:41 | 수정 : 2008.05.15 06:31

네덜란드댄스시어터 내한공연

앞으로 넘어지는 남자의 가슴팍을 여자가 머리로 받는다. 남녀 무용수는 밀어냈다 잡아당기고, 감았다 풀고, 작용·반작용으로 파트너의 몸과 힘을 이용한다. 키워드는 균형이다. 옆으로 쓰러지는 여자의 다리를 남자가 잡아채 버틸 땐 시간도 정지되는 기분이다. 이 커플이 8개의 흰막 사이로 쏟아져들어가면 다른 커플이 등장하는데 무대 바닥엔 춤추는 그림자가 선명하게 찍힌다. 심플한 무대에는 모차르트의 〈아다지오 C단조〉가 흐른다. 정신이 개운해지는 이 현대무용은 여자가 남자를 멀리 밀어내는 장면으로 닫힌다. 칼집에서 칼을 뽑을 때 날 법한 금속성 마찰음이 들린다. 이 춤 제목은 《슬리플리스(Sleepless)》다.

현대무용의 언어를 개척한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 그 중에서도 22세 이하 단원들로 구성된 NDT2가 17~18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지리 킬리안이 안무한 《슬리플리스》, 한스 반 마넨의 《심플 싱스(Simple Things)》,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16(Minus 16)》을 묶어 한 무대에 올린다. 한국인 원진영이 몸담고 있는 NDT2의 내한공연은 처음이다.
NDT2 내한공연 중《슬리플리스》. 쓰러지려는 힘과 붙잡는 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뒤에 보이는 흰 막을 통해 무용수들이 등퇴장한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오하드 나하린도 한국에 팬이 많은 안무가다. 《마이너스 16》은 검은 정장 차림의 무용수 16명이 모자와 의자를 하나씩 가지고 빚어내는 앙상블이 힘차다. 부드러운 곡선형으로 앉아 있던 무용수들은 발작하는 듯이 춤을 터뜨리고, 주술 같은 음악이 들려온다. 춤의 파도가 끝날 때 마지막 무용수는 의자 앞으로 툭 튕겨져 나온다. 빠르고 격렬한 현대무용이다. 객석으로 돌진한 무용수들이 관객을 한 명씩 붙잡고 무대에서 추는 약속되지 않은 춤이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다. 파드되(2인무) 양식을 다듬어온 한스 반 마넨의 《심플 싱스》는 푸른 조명 아래 서 있는 두 남자 무용수로 출발해 17분 동안 단순하면서도 음악적인 2인무들을 이어붙인다.

▶17·18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