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일반관객에겐 문 걸어 잠근다고?

  • (김성현 기자
  • 정남이 인턴기자

입력 : 2008.05.14 23:19

안네 소피 무터 내한공연 협찬사에 티켓 미리 넘겨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Mutter)는 15세 때인 1978년 고사리 손으로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5번〉을 녹음(DG)했다. 그 뒤로 3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그가 올해 45세를 맞아 다시 세계 투어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 3일 무터는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BWV 1042〉와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할 예정이다. 무터는 한때 "45세가 되면 활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이번 순회 공연을 끝으로 은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무터의 내한 소식을 알리는 공고는 어디서도 제대로 찾기 힘들다. 티켓 예매 사이트인 티켓파크나 티켓링크는 물론, 공연 주관사인 S사의 홈페이지에도 무터의 내한 공연을 알리는 공지는 없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단 한 곳에서만 무터의 공연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떠들썩하게 알려도 모자랄 공연이 이처럼 조용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공연 주관사인 S사가 협찬 기업에 사실상 티켓 대부분을 미리 넘겼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일반 관객들도 볼 수 있도록 500석 가량은 일반 판매로 돌릴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14일 현재 티켓 판매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티켓 판매가 이뤄지더라도 전체 좌석 가운데 23% 가량에 불과해 일반 관객들로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공연'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일반 관객이 들어갈 문을 사실상 차단하고 협찬 기업이나 초청 관객을 위주로 진행되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내한 공연 때도 주관사인 M사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 좌석 대부분을 넘겼다. 이 때문에 최근 공연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 때문에 일반 관객이 3층 좌석이나 공연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뜻으로 "연주회에서도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연 흥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간접 판매나 협찬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심리다. 하지만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인 것처럼 미리 대관 신청을 해놓고 나중에 공연 날짜가 다가오면 협찬 기업에 대부분의 티켓을 넘기는 것은 일종의 '변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사전(事前) 대관 신청을 할 때는 티켓 판매 방식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한 음악 칼럼니스트는 "정작 음악회를 보고 싶은 관객들은 차단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내한하는 세계 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하지만 협찬사에 대부분 공연 티켓을 넘겨서 일반 관객들은 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