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5.01 23:02 | 수정 : 2008.05.02 06:48
화가 사석원씨, 저소득층 어린이 40명과 '그림 여행'
전국 공부방 700곳에서 선발
화가 史씨가 '1일 교사' 자원
'퓨전 산수'로 이름난 스타 화가 사석원(48·史奭源)씨가 어린이 40명과 함께 '금강산 그림 여행'을 갔다. "금강산 찾아가자 1만2천 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1일 오전, 푸른 동해를 차고 떠오른 아침 해가 금강산 초입 앙지대 어귀에 빛을 뿜었다. 사씨의 둥근 얼굴과 아이들의 올망졸망한 머리통이 햇볕 아래 반짝반짝 빛났다. 사씨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저씨는 금강산에 일곱 번째 왔어요. 올 때마다 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놀라요. 정조 임금님도 오고 싶어했지만 너무 멀어서 못 왔어요. 그래서 화가인 겸재 정선 선생님을 불러 '금강산 그림을 그려오너라' 시켰지요. 여러분도 멋지게 금강산 경치를 그려 보세요."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코를 박았다. 이들은 전국의 공부방(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무료 방과후 교실) 700여 곳에서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뽑혀 온 '어린이 화가'들이다. 가출한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이, 소식 모를 부모 대신 허리 굽은 할머니 손에 자라는 아이, 온 가족 한달 수입이 100만원 안팎인 집에서 어렵게 크는 아이…. 어른들 사정 때문에 나이보다 일찍 삶에 부대끼는 꼬마들을 보살펴온 CJ 나눔재단 도너스캠프가 후원했다. "우울할 때마다 오래도록 되새기며 힘을 얻을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화가 사씨가 무보수 '1일 교사'를 자원했다.
"아저씨는 금강산에 일곱 번째 왔어요. 올 때마다 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놀라요. 정조 임금님도 오고 싶어했지만 너무 멀어서 못 왔어요. 그래서 화가인 겸재 정선 선생님을 불러 '금강산 그림을 그려오너라' 시켰지요. 여러분도 멋지게 금강산 경치를 그려 보세요."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코를 박았다. 이들은 전국의 공부방(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무료 방과후 교실) 700여 곳에서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뽑혀 온 '어린이 화가'들이다. 가출한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이, 소식 모를 부모 대신 허리 굽은 할머니 손에 자라는 아이, 온 가족 한달 수입이 100만원 안팎인 집에서 어렵게 크는 아이…. 어른들 사정 때문에 나이보다 일찍 삶에 부대끼는 꼬마들을 보살펴온 CJ 나눔재단 도너스캠프가 후원했다. "우울할 때마다 오래도록 되새기며 힘을 얻을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화가 사씨가 무보수 '1일 교사'를 자원했다.
아이들은 병풍 같은 바위산을 골똘하게 둘러보며 쓱쓱 크레파스를 움직였다. 방울새가 지저귀듯 "선생님, 바위를 어떻게 그려야 돼요?" "산이 너무 커서 종이에 다 안 들어가요" "제 그림 좀 봐주세요" 하고 떠들었다. 사석원 선생님이 일일이 답을 준다. "눈에 보이는 걸 다 우겨 넣으려고 하지 마. 나무가 초록색이라고 꼭 초록색을 칠하라는 법은 없어."
김주연(가명·11)양은 소나무 솟은 암벽을 알록달록 색칠하며 소원을 털어놓았다. "우리 언니가 나으면 좋겠어요. 언니는 작년 11월 백혈병에 걸려 여태 큰 병원에 누워 있어요. 엄마는 언니 간호하느라 서울 갔고요, 저는 아빠랑 둘이 밥 해 먹어요. 언니는 많이 아프대요. 돈도 많이 든대요."
돌이 되기 전에 부모가 차례로 집을 나간 뒤 중풍 걸린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김영훈(가명·13)군은 굵은 선 몇 줄기로 거친 암벽을 묘사했다. 영훈이는 2년 전 "가족을 다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어 공부방 교사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림에 재미를 붙이면서 친구들을 때리는 일이 드물어졌다. 금강산에서 영훈이는 활짝 갠 얼굴로 선생님 주변을 맴돌았다. 사씨가 다 그린 아이들 그림을 들여다보며 일일이 칭찬해주고, 아이들 화판에 소, 호랑이, 말 등 나이에 맞는 십이지신을 쓱쓱 그렸다.
사씨는 "저는 어려서 집안도 어렵고, 굼뜨고 어눌한데다 숙제도 안 해서 학교에서 자주 매를 맞았어요" 했다. "매사에 자신이 없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이 '너는 그림을 잘 그리니까 다른 아이들이 청소하는 동안 그림을 그려서 검사 맡으라'고 하셨어요. 제가 화가가 된 건 그분 덕분입니다. 누군가 어눌하고 불우한 아이들을 따뜻하게 북돋아주면, 그들 속에서 피카소도 나오고, 백남준도 나오지 않을까요?"
김주연(가명·11)양은 소나무 솟은 암벽을 알록달록 색칠하며 소원을 털어놓았다. "우리 언니가 나으면 좋겠어요. 언니는 작년 11월 백혈병에 걸려 여태 큰 병원에 누워 있어요. 엄마는 언니 간호하느라 서울 갔고요, 저는 아빠랑 둘이 밥 해 먹어요. 언니는 많이 아프대요. 돈도 많이 든대요."
돌이 되기 전에 부모가 차례로 집을 나간 뒤 중풍 걸린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김영훈(가명·13)군은 굵은 선 몇 줄기로 거친 암벽을 묘사했다. 영훈이는 2년 전 "가족을 다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어 공부방 교사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림에 재미를 붙이면서 친구들을 때리는 일이 드물어졌다. 금강산에서 영훈이는 활짝 갠 얼굴로 선생님 주변을 맴돌았다. 사씨가 다 그린 아이들 그림을 들여다보며 일일이 칭찬해주고, 아이들 화판에 소, 호랑이, 말 등 나이에 맞는 십이지신을 쓱쓱 그렸다.
사씨는 "저는 어려서 집안도 어렵고, 굼뜨고 어눌한데다 숙제도 안 해서 학교에서 자주 매를 맞았어요" 했다. "매사에 자신이 없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이 '너는 그림을 잘 그리니까 다른 아이들이 청소하는 동안 그림을 그려서 검사 맡으라'고 하셨어요. 제가 화가가 된 건 그분 덕분입니다. 누군가 어눌하고 불우한 아이들을 따뜻하게 북돋아주면, 그들 속에서 피카소도 나오고, 백남준도 나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