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문화상차림] '그랑드 자트 섬'에서 테디베어와 하루를

  • 김수혜 기자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5.04 22:52 | 수정 : 2008.05.05 07:07

9일 개막하는 의정부음악극축제,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지휘자 정명훈의 협연, 복슬복슬한 테디베어인형들로 서양 미술사의 걸작을 재구성해 놓은 파주 헤이리의‘테디베어 아트갤러리’,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스무살, 도쿄》. 조선일보 문화부가 월요일 아침 배달하는‘문화 상차림’ 이번 주 메뉴입니다.

축제


의정부는 대학로에서 지하철로 45분이면 닿는 도시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올해 영국의 《비트윈(Between)》, 칠레의 《신 상그레(Sin Sangre)》 등 국내외 초청작 12편을 모았다. 12~13일 공연하는 《신 상그레》는 연극과 영화를 정교하게 이어붙이고, 9~10일 무대에 오르는 《비트윈》은 지난해 에든버러축제 4개 부문 수상작이다. 동춘서커스 등 다양한 야외 무료공연도 펼쳐진다. (031)828-5841

어버이날 '효도 공연'으로는 김성녀의 1인극 《벽 속의 요정》, 강풀의 인터넷 만화가 원작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추천한다. 5~14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벽 속의 요정》은 아버지가 40년간 숨어지내야 했던 가정,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는 딸 이야기다. (02)747-5161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러브 스토리가 애잔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더굿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02)742-9005

연극과 영화를 접목한《신 상그레》/의정부음악극축제 제공
클래식

올 상반기 클래식 음악계 최대의 '빅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피아노의 여제(女帝) 마르타 아르헤리치(Argerich·사진)가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하는 것이다. 후반부에 마련된 브루크너 교향곡 6번도 묵직함을 더한다. 5월 7일 예술의전당이 무대다. (02)518-7343

도심에 실내악의 꽃씨를 뿌리는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가 13일까지 계속된다. 음악적으로는 6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가장 순도 높다. 하지만 전날인 5일 오후 6시 덕수궁에서 열리는 가족 음악회에 온 가족이 손잡고 음악 나들이를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02)712-4879
전시

중절모를 쓴 신사, 양산을 받쳐든 숙녀가 햇볕 따뜻한 강변을 거닌다. 우아한 풍경인데, 보면 볼수록 '쿡쿡' 웃음이 난다.

털이 복슬복슬한 테디베어 인형들이 신사·숙녀인 척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Seurat·1859~1891)의 유화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테디베어로 패러디한 입체 설치물이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미술 애호가라면 이곳에 꼭 한번 들를 만하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문을 연 '테디베어 아트갤러리'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자크 루이 다비드의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 등 서양 미술사의 걸작 500여 점이 테디베어 인형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회화, 조각, 도예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한국 작가 14명이 테디베어를 주제로 만든 설치미술과 미디어 아트 등 50여 점도 볼 수 있다. (031)946-8146
테디베어 인형으로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의 명작〈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작품. 파주 헤이리에 문을 연 테디베어 아트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테디베어 아트갤러리 제공

문학

1978년 4월, 열여덟 살의 재수생 다무라 히사오가 보물 같은 LP 레코드 100여장을 들고 고향 나고야를 떠나 도쿄로 상경했다. 그는 "에릭 클랩튼도 톰 웨이츠도 그냥 지나가버리는" 시시하고 따분한 지방도시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도쿄라면 승가대학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 대책 없는 청춘이 그로부터 만 11년간 펼치는 좌충우돌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스무살, 도쿄》(은행나무)의 뼈대다.

오쿠다는 단 하루 동안 벌어진 에피소드를 통해 전후(前後)의 한 해를 묘사하고, 띄엄띄엄 떨어진 엿새 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의 20대를 압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인공과 함께 휙휙 달려가는 듯한 속도감"이 있고, "등장인물들의 선명한 캐릭터 덕분에 웃음이 터지는 지뢰밭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 역자(譯者)의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