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클럽에 모인 미술가들

  • 김수혜 기자

입력 : 2008.05.05 22:59 | 수정 : 2008.05.06 06:52

페차쿠차 서울’

지난 29일 밤 7시, 서울 홍익대 앞에 있는 한 클럽에서 《페차쿠차 서울(www.pechakucha.or.kr)》이 열렸다. 현대미술 작가 14명과 미술 애호가들이 클럽을 꽉 채운 '현대미술 번개모임'이었다.

서울시 신청사를 설계한 건축가 유걸(68)씨, 재미(在美) 화가 이상남(55)씨, 언더그라운드 문화잡지 《칠진(www.chillzine.com)》을 발행하는 3인조 20대 작가 칠(Chill·허지현, 윤재원, 이마리아) 등이 각각 6분 30초 동안 자신의 작품세계를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맥주병을 든 젊은 관객들은 지하 1~2층과 층계참까지 발 디딜 새 없이 차지하고 질문을 퍼부었다.

박성태 공간사(社) 상무 등 문화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비영리단체 〈어반파자마〉가 주최하는 《페차쿠차 서울》은 지난해 4월 처음 열렸고,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1년에 네댓 번 클럽, 카페 등을 빌려 화가·건축가·패션 디자이너 다양한 장르의 작가 10여명을 불러 무보수로 무대에 세운다. 매번 관객 500~900명이 몰려 성황을 이룬다. 박성태씨는 "미술이 번듯한 전시장에만 갇힌 게 아니라 언제나 작가와 관객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체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우리는 노인의 삶이 궁금했어요. 서울 탑골공원 근처 콜라텍에서 댄스에 열광하는 노인들을 촬영했죠, 장수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언더그라운드 문화 잡지를 발행하는 작가〈칠〉이 29일 밤 서울 홍익대 앞의 한 클럽에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잡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경열기자 krchung@chosun.com

'페차쿠차'는 '재잘재잘'을 뜻하는 일본어 의성어다. 2003년 영국 건축가 아스트리드 클라인(Klein)과 마크 다이삼(Dytham)이 일본에서 《페차쿠차 도쿄》를 연 뒤 뉴욕·상하이·파리 등 전세계 80여 개 도시로 번져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