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 입양… "4색 행복 그려요"

  • 김수혜 기자

입력 : 2008.05.06 00:34 | 수정 : 2008.05.06 06:37

'입양가족 그림 축제' 전시출품작 50점 선정

과천 중앙동에 사는 부부 민경훈(45)·정선자(45)씨 집은 아침마다 북새통이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아장아장 걷는 세 살짜리까지 4남매를 씻기고, 먹이고, 입혀서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다. 방 세 개짜리 27평 아파트는 4남매가 재잘거리고 토닥거리는 소리로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부부는 입양으로 4남매를 얻었다.

엄마 정씨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도록 아이가 없어 고민하다 입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첫째 경희(8)가 돌을 넘길 무렵, 정씨는 대구의 한 미혼모 쉼터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생후 일주일 된 남자애를 안은 17세 산모를 만났다. 산모는 머뭇머뭇 입술을 깨물며 생면부지의 정씨에게 말을 건넸다. "나중에 사진 한 장이라도 받아보려면 해외 입양이 낫다지만, 아줌마는 참 좋은 분인 것 같아요. 우리 아기 좀 키워주세요." 그때 맡은 아이가 둘째 홍욱이(7), 홍욱이를 키우다 보니 점점 욕심이 나서 셋째와 넷째를 본 게 홍경이(6)와 사라(3)다.
과천에 사는 민경훈·정선자씨 부부가 맏딸 경희가 그린 가족 그림을 받아 들고 활짝 웃었다. 엄마 정씨는“배 아파 낳지 않았어도 전부 금쪽같은 내 새끼”라며“갓난 어린 것들이 독감을 앓을 때는 무뚝뚝한 남편조차 자기 입으로 아이들 누런 코를 쪽 빨아낼 만큼 정성을 쏟는다”고 했다. 왼쪽부터 맏딸 경희, 엄마 정씨, 막내딸 사라, 장남 홍욱이, 차남 홍경이, 아빠 민씨.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민씨 부부의 큰딸 경희가 본지 '그림이 있는 집' 캠페인 사무국에 엄마 생일잔치 장면을 담은 그림을 냈다. 경희는 "아빠가 축가를 부르고, 엄마와 엄마 친구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라며 씩 웃었다. 부모는 "남들처럼 영어유치원에는 못 보내지만, 대가족에서 자란 우리 애들이 정도 많고, 추억도 많을 것"이라며 "사춘기 때 애들이 힘들어 하더라도, 저희끼리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동방사회복지회가 입양의 날(5월 11일)을 맞아 공동 주최한 '입양가족 그림 그리기 축제'에 50명이 선정됐다. 모두 90명이 응모했다. 이들은 모두 아이들과 주변에 입양 사실을 밝힌 '공개 입양' 가족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