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패기는 슬픔마저 싱그럽게 하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4.30 23:31

크누아 심포니 연주회

연주곡은 '비극적'이었지만, 연주는 결코 '비극적'이지 않았다.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무대에 선 크누아(KNUA) 심포니가 고른 곡은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과 역시 〈비극적〉이라는 표제가 붙어있는 말러 교향곡 6번이었다. 크누아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영어 약자다. 8대의 호른과 글로켄슈필, 종, 해머 등 다양한 타악기가 필요한 말러의 대곡을 소화하기 위해 이 학교는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까지 총동원했다.

첫 악장부터 한예종의 현악 라인은 매끄러우면서도 팽팽하게 날이 서있었다. 국내외 유수의 콩쿠르와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들 현악 전공생들이 뭉쳐서 빚어내는 소리는 더욱 감각적이었고, 더욱 설득력 있었다. 3악장에서 현악의 서정성은 다시 한 번 눈부신 빛을 뿜었다.

지휘자이자 이들의 '교수님'인 정치용은 섣불리 애상으로 치닫지 않고 서서히 점진적으로 감정을 고조시켜나가며 젊은 오케스트라를 다스렸다. 브람스의 서곡에서는 20대 연주자들이 지휘자보다 달떠있었지만, 교향곡에서는 지휘자의 차분함과 연주자의 열정이 서로 잘 어울렸다.
크누아(KNUA)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말러 교향곡 6번으로 기성 전문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솜씨를 자랑했다./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학생 단원들의 개별 기량을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1악장의 팀파니는 자로 잰 듯 정확했고, 3악장의 오보에는 긴 호흡이 필요한 독주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노련한 감정 표현이나 섬세한 끝마무리가 아쉬운 대목도 있었지만, 학생 단원들의 푸릇푸릇한 패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전석 무료 공연이었기 때문에 객석을 메운 동문(同門)들은 단원과 악장, 지휘자가 입장할 때마다 마치 '운동회'처럼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흥겨움을 더했다. 이 날 연주만 놓고 보면 그럴 자격은 충분했다. 최근 전국 시립교향악단에서도 말러 교향곡 연주가 붐을 이루고 있다. 크누아 심포니 역시 말러 교향곡 1·2·4·5·6번을 잇따라 연주하며 어느새 전곡 사이클까지 내다보고 있다. 어른들이 신발끈을 더 바짝 조여야 할 차례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