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30 09:25
폴 포츠 (Paul Potts)
지난해 6월 동영상 한 편이 급격한 화제로 떠올랐다. 동영상 전문 웹사이트 ‘유투브’ 사상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하게 한 이는 영국의 노래경연 TV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한 어느 뚱뚱한 사내. 심사위원들의 물음에 어눌하게 답하고 어딘지 불안해 보이던 그가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열창하는 순간 모든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심지어 까칠하기로 유명한 심사위원들까지. 물론 동영상을 보고 있던 네티즌들 까지.
폴 포츠. 웨일즈에서 휴대전화 외판원을 하던 그의 서른여섯 인생이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혼자 노래를 부르며 훗날 성악가가 된 자신을 상상하던 어린 시절의 꿈이 끝내 이루어진 것. 전 세계를 감동시킨 목소리와 희망의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오는 5월 내한 공연을 앞둔 폴 포츠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오페라’ 라는 장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 열한 살 때 차이코프스키 곡을 우연히 듣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열여섯 살 때 한 오페라 가수의 CD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어린 시절 노래는 내가 잘 하는 유일한 것이었고, 노래를 할 때 유일하게 걱정이 없었다. 언제나 노래를 할 때는 행복했다.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소중한 것이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의 우승은 예상했는가? 심사위원들이 냉정하기로 유명한데 두려움은 없었는지? 만일 우승하지 못했다면 현재도 계속 오페라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 많이 떨렸고 두려웠다. 사람들은 나의 보잘 것 없는 모습을 보고 기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노래를 했고 심사위원의 표정을 보고 ‘내가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만약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계속 오페라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도전했을 것이다.
파바로티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들었다. 금전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는가? 파바로티가 가르쳐준 것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 개인교습이 아니라 파바로티 앞에서 노래를 불렀었다. 나는 오페라가 너무 좋아서 빚을 내서 이탈리아에 공부를 하러간 적이 있다. 파바로티를 만난 것은 이탈리아의 서머스쿨 과정 중에 있었던 일이다. 너무 떨렸지만 노래를 시작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노래를 마치자 파바로티는 나에게 다른 곡을 불러보라고 했다. 뛸 듯이 기뻤다. 그것은 최고의 칭찬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곡을 다시 불러보라고 말해준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니까.
교통사고, 종양으로 인한 병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당신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인가?
▶ 나는 음악을 좋아했고 그것에 푹 빠져있었다. 음악이 나를 진정한 나로 만들어 주었다. 노래에 대한 열정이 결국 꿈을 이루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오디션 곡으로 택한 이유는? 자신이 오페라 가수로서 가장 자신 있는 점, 즉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Nessun dorma’는 부르기가 까다롭고 어려운 곡이다. 많은 오페라 가수들이 이 곡을 어려운 곡이라 말한다. 그래서 가장 어렵다는 이 곡을 열심히 연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아직 배우는 단계다. 앞으로 점점 더 노래를 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나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페라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과 그 이유는?
▶ ‘Cavatina’이다. 아내를 처음 만나던 날 들었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대회에서 우승하고 나서의 삶은 이전의 삶과 많이 다를 것이다. 유명해지고 난 뒤의 좋은 점과 불편해진 점, 또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 불편한 점은 아직 없다. 오히려 늘 노래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며 내 노래를 들으러 와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굉장히 바쁘다는 것이다.
공연 일정 등 향후의 계획은?
▶ 현재 미국 투어 중이다. 4월과 5월 초에는 호주.일본.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5월 중순부터 6월까지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유럽 투어에 들어간다. 머지않아 아시아의 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매우 떨린다. 앞으로도 많은 나라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