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25 23:01 | 수정 : 2008.04.26 07:17
제29회 서울연극제
30일부터 5월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51편 응모작 중 선정된 참가작 8편 공연
제29회 서울연극제가 30일부터 5월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소극장에서 열린다. 국내 최고 권위의 연극 잔치이자 '대학로 연극'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올해는 51편의 응모작 중 극단 컬티즌의 《쿠크박사의 정원》을 비롯해 8편이 공식 참가작으로 선정돼 관객을 만난다.
《쿠크박사의 정원》은 범죄도 장애인도 의문사도 없는 마을이 배경이다. 평생 존경받아온 의사 쿠크박사의 감춰진 음모, '정원 가꾸기식 진료'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진동하는 스릴러다. 이호재가 선악의 두 얼굴을 지닌 주인공을 맡고 《허삼관 매혈기》의 강대홍이 연출한다. 연극평론가 구히서씨의 칠순을 기념하는 헌정 공연이기도 하다.
《기차》로 유명한 극단 초인은 미국 작가 라본느 뮬러의 《특급호텔(Hotel Splendid)》(연출 박정의)을 공연한다. 일본군 위안부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한국인 4명이 고통스런 과거를 고백하는 형식이다. "저작권료는 필요 없고 한국에 가서 그들을 만나고 싶다"고 한 뮬러는 최근 내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인 〈나눔의 집〉 등을 방문하고 있다. 제목은 위안부 막사의 이름이다.
극단 작은신화는 《꿈 속의 꿈》(장성희 작·신동인 연출)으로 삼국유사의 한 설화 속을 여행한다. 김유신의 두 누이가 자기 소변으로 고을이 덮이는 꿈을 사고 팔고, 그것이 김유신의 정치적 욕망과 뒤엉키며 요동치는 이야기다. 영화 《살인의 추억》 《달콤한 인생》의 김뢰하가 김유신 역을 맡고 길해연 홍성경 등이 출연한다.
극단 창파는 폴란드 연출가 타데우즈 칸토르의 《두드리 두드리(Wielopole Wielopole)》(연출 채승훈)를 번안해 공연한다. 탁자와 의자가 어지럽게 놓인 무대는 '나'의 기억을 드러내고,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역사가 흘러간다. 칸토르는 연극 연출가이자 화가이기도 하다. 막이 내리면 사라지는 연극과 영원히 남는 작품을 그리는 화가…. "무대는 과거가 드러나는 묘지"라고 했던 그의 철학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된다.
이 밖에도 배우 오현경이 주연하는 극단 미연의 《주인공》(김순영 작·연출), 여러 명작의 주인공들을 뒤섞는 극단 대학로극장의 《보보와 자자》(오태영 작·이우천 연출), 집이 점점 파괴되는 과정에 집중하는 연극집단 반의 《나, 여기 있어!》(김민정 작·박장렬 연출), 대구지하철 참사가 연상되는 극단 풍경의 《철로》(연출 박정희) 등이 공연된다. 문의 (02)765-7500, www.sthea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