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18 09:25
입으로 전하는 동화를 구연동화라 한다면 음악으로 전하는 동화는 음(音)연동화라고 해야 하나?1994년 세계적 권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없는 3위로 입상한 뒤 다양한 독주, 혹은 협연 활동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갔으며 굴지의 음반사인 EMI와 전속 계약, 현재 국내외로 바쁘게 연주활동 중인 그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을 위해 피아노로 동화 ‘바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 내 삶이 달라졌어요. 음악 말고도 소중한 것이 많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 피아니스트, 아니 ‘엄마’ 백혜선, 그녀의 말에서 자식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이 느껴진다. 그녀에게 붙은 엄마라는 수식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가,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친근하게 느껴지게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열정적인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이미지를 잠시 내려두고 친근한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특별한 연주 행로가 궁금하다.
아주 특별한 ‘엄마 피아니스트’의 선물
백혜선에 대해 열정적인 피아니스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잠시 내려두자. 이전의 백혜선의 연주가 일방적이었다면 이번 연주는 사뭇 다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선사하는 '백혜선이 들려주는 바바 이야기'는 아이들과 소통하며 진행되는 그녀의 자식 사랑이 담긴 공연이다. 음악이 또 하나의 공부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에서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이번 음악회를 통해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으며 리듬, 멜로디, 다양한 소리를 통하여 음악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표현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특별한 청중, 아이들의 수준과 집중시간(3분-6분)까지 고려해가며 연주곡목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1부에는 피아노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접해보았을 모차르트 소나티네, 체르니, 쇼팽 등을 연주한다. 이런 쉬운 곡의 연주는 보통 대가의 피아노 연주회장에선 듣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연주빛깔이 더욱 궁금하다. 2부에서는 뿔랑이 ‘아기 코끼리 바바’라는 그림동화를 보고 작곡한 피아노곡을 연주하며 직접 구연동화와 피아노 연주를 함께 들려준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곡은 전반에 걸쳐서 이야기의 진행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멜로디와 재미있는 리듬, 다양한 음향효과들로 가득 차 있는 곡이라 아이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동화의 내용도 매우 교훈적이어서 가정의 달 5월, 이번 백혜선의 공연은 매우 특별하다. 가족이 함께 볼만한 공연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음악은 언어
연주를 준비하며 우리의 음악교육 현실에 서글픔을 느꼈다는 백혜선. 미국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영 피플즈 콘서트’(Young People’s Concert) 외에도 3~5살 어린이를 위한 ‘베리 영 피플즈 콘서트’(Very Young People’s Concert)까지, 클래식 연주회 대상이 세분화되어 있어 아이들이 음악을 자연스레 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녀가 2006년부터 시도한 이 공연이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클래식 공연이다. 백혜선은 말한다. 음악은 언어처럼 자연스레 습득해야 하는 것이며, 또 하나의 공부가 되어선 안 된다. 그녀의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에 음악교육의 광풍이 불지 않아도 클래식과 친숙해질 수 있는 장이 계속 마련되어 지는 발판이 되길 기대해본다. 온가족이 공연장으로 ‘아기 코끼리 바바’를 만나러 가는 건 어떨까. 우리아이에게 클래식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