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않을 수 없기에, 여기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를

  • scene PLAYBILL guest editor 양창모

입력 : 2008.04.16 09:37

연극 '환상동화'

“전쟁 같은 세상,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는 동화 같은 세상을 꿈꿉니다.” 이는 2003년 변방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관객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환상동화' ‘연출의 글’ 일부분이다. 초연 당시 미술과 음악, 춤이 어우러진 동화적인 무대와 시적인 대사로 주목받았던 이 연극은 제작비 부족으로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 작년에야 본격적으로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재공연 당시 한 달 간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우며 동화 같은 세상을 무대에 보여준 연극 '환상동화'가 봄바람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꿈 꿀 준비를 할 때다.


막이 오르면 티격태격 다투고 있는 세 광대가 등장한다. “인생은 고통스럽게 살다가 절망 속에서 죽어가는 것”이라는 전쟁광대, “비루한 일상은 예술을 통해 풍성해질 수 있다”는 예술광대, 그리고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역설하는 사랑광대.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며 다투는 광대들은,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합의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2차 대전 중 청각을 잃은 피아니스트와 폭격으로 시력을 잃은 무용수의 사랑. 이렇게 '환상동화'는 광대들이 들려주는 극중극 구조를 갖추고 있다. 소리를 잃어버린 음악가와 눈을 잃어버린 무용수는, 세 광대들의 도움과 대립 속에서 만나고, 느끼고,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서로의 눈과 귀가 되어, 서로에게 동화를 만들어주는 것


광대들이 읊는 소설 문체의 대사를 들으면서, 공연 언어로 쓰이는 영상을 보면서, 배우들의 마임 연기를 감상하면서, 관객들은 점차 깨닫게 된다. 전쟁의 폭격에 모든 것을 잃은 듯 보이는 두 남녀가 사실, 서로 단절되었던 각각의 세계에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대포소리와 잿더미로 대표되는 잔인한 현실. 그러나 두 남녀는 그 현실을 각각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어”, “그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어”라며 바꾸어 그려주고 들려준다. 서로에게 동화를 만들어준다. 이쯤에서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의 상처와 결핍을 메워주고, 너의 눈과 귀가 되어, 결국은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환상이라고. '환상동화'가 환상적인 연극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