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칼라스'를 무릎 위에 앉히는 남자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4.13 22:53 | 수정 : 2008.04.13 22:53

테너 정호윤, 네트렙코와 '마농'서 파격적 무대

오스트리아 빈의 국립 오페라 극장(빈 슈타츠오퍼)에서 활동 중인 테너 정호윤(30)이 '21세기의 칼라스'로 불리는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Netrebko)와 짝을 이뤄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다. 정호윤은 오는 15일 빈 슈타츠오퍼에서 공연되는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에서 남자 주인공인 젊은 기사 데 그뤼 역으로, 여주인공 마농 역의 네트렙코와 한 무대에 선다.

안드레이 제르반(Serban)이 연출하는 이번 《마농》은 파격적 무대로 알려져 있는 오페라여서 정호윤의 출연이 화제다. 가령 2막에서는 여주인공 마농이 실크 속옷만 걸친 채 무대에 올라가, 역시 속옷만 입고 있는 데 그뤼의 무릎 위에 앉아서 농염한 러브 신을 펼치며 침대에서 남녀 주인공이 함께 뒹굴거나 스타킹을 벗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소프라노 네트렙코는 임신 4개월째이기도 하다.
안나 네트렙코
테너 정호윤은 전화 인터뷰에서 "연출이 예전엔 많이 과격했는데 올 프로덕션에서는 조금은 누그러뜨린 편이라고 들었다"면서 "임신 중인 네트렙코도 몸조심을 하고 있지만, 저도 상대를 배려하면서 연기하고 노래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라 트라비아타》에 출연하며 빼어난 노래와 연기, 외모로 '21세기의 칼라스'로 불리고 있는 네트렙코는 지난 2월 약혼자인 바리톤 어윈 슈로트(Schrott)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했으며 올가을 출산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빈 슈타츠오퍼의 전속 가수로 발탁된 테너 정호윤은 그해 베르디의 《리골레토》와 《라 트라비아타》에서 잇달아 주역을 맡았으며, 지난해 10월에도 《라 보엠》의 주인공 로돌포 역을 4차례 소화해서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오페라 마농3의 남자 주인공에 발탁된 테 너 정호윤씨. 조선일보 DB

서울대 음대와 독일 베를린 음대에서 수학한 그는 2001년 벨기에 국제 베르비에 성악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하고, 독일 함부르크 국립 극장 전속 가수를 거쳐 빈 슈타츠오퍼에 합류했다. 그는 "다음 시즌부터는 객원 가수로 이 극장에 서면서 유럽 오페라 극장으로 활동 무대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