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13 23:14
안젤라 휴이트 '바흐 마라톤'
공연 시작 전과 휴식 시간이 끝난 뒤, 피아니스트의 옆 자리에는 어김 없이 물 3잔씩이 준비되어 있었다.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Hewitt)는 4곡이 끝날 때마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하듯 물 한 잔씩 들이켰다. 연주자의 요청에 따라 휴식 시간도 통상적 콘서트의 거의 2배에 이르는 30분이 주어졌다.
휴이트는 지난해부터 오는 10월까지 14개월 동안 전 세계 6개 대륙 25개국에서 110여 차례에 걸쳐 '바흐 마라톤'을 뛰고 있다. 서울 LG아트센터에서 11일과 13일 이틀간 열렸던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연주회도 총 5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첫 날 1권의 24곡을 2시간 30분(휴식 포함) 동안 연주한 휴이트는 이틀 뒤인 13일에도 다시 3시간에 걸쳐 2권의 24곡을 완주했다.
휴이트는 셈 여림의 부단한 변화와 적극적인 페달 활용을 통해 표정이 풍부한 현대 피아노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려나갔다. 첫 날 1권 19곡의 전주곡에서 푸가로 넘어가는 대목에서는 마치 춤 동작의 첫 스텝을 밟는 듯이, 왼손을 높이 치켜 올린 뒤 경쾌하고 힘차게 퉁기며 시작했다. 스비야토슬라브 리히테르를 비롯해 강건하면서도 고전적인 남성 피아니스트들의 바흐에 친숙했던 음악 팬들에게는 신선한 외출이라도 나선 것처럼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바흐였다.
휴이트는 지난해부터 오는 10월까지 14개월 동안 전 세계 6개 대륙 25개국에서 110여 차례에 걸쳐 '바흐 마라톤'을 뛰고 있다. 서울 LG아트센터에서 11일과 13일 이틀간 열렸던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연주회도 총 5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첫 날 1권의 24곡을 2시간 30분(휴식 포함) 동안 연주한 휴이트는 이틀 뒤인 13일에도 다시 3시간에 걸쳐 2권의 24곡을 완주했다.
휴이트는 셈 여림의 부단한 변화와 적극적인 페달 활용을 통해 표정이 풍부한 현대 피아노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려나갔다. 첫 날 1권 19곡의 전주곡에서 푸가로 넘어가는 대목에서는 마치 춤 동작의 첫 스텝을 밟는 듯이, 왼손을 높이 치켜 올린 뒤 경쾌하고 힘차게 퉁기며 시작했다. 스비야토슬라브 리히테르를 비롯해 강건하면서도 고전적인 남성 피아니스트들의 바흐에 친숙했던 음악 팬들에게는 신선한 외출이라도 나선 것처럼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바흐였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이 건반의 신약 성서로 불린다면, 바흐의 〈평균율 곡집〉은 구약 성서에 비견된다. 그만큼 후배 연주자들에게 남긴 족적이 길고도 크다는 뜻이다.
〈평균율〉은 전주곡에서 푸가로 이어지고, 장조와 단조가 교차하며, 조성이 점진적으로 이동하는 등 끊임 없이 변화하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 또 하나의 우주(宇宙)다. 휴이트는 48개의 곡에 서로 다른 표정을 불어넣으며, 엄격하면서도 동시에 무한한 자유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