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04 15:45 | 수정 : 2008.04.06 08:12
[곽아람의 名作파일]
갖가지 상념(想念)들이 범람해 마음이 어지러운 날엔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5,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조지훈 시(詩) '승무(僧舞)'의 구절처럼 '번뇌(煩惱)'가 '별빛'처럼 아스라해지는 탈속(脫俗)의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전시관 301호 불교조각실. 왼쪽 허벅다리 위에 수평으로 얹은 오른쪽 다리에 팔꿈치를 괴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뺨에 살포시 가져다 댄 채 눈을 내리깐 입가엔 그윽한 미소. 그는 사유(思惟) 중이다.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혹은 금동(金銅) 반가사유상. 같은 박물관에 있는 좀 더 화려한 복식의 반가사유상(국보 78호)과 구별하기 위해 문화재 관계자들은 그를 '국보 83호'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전시관 301호 불교조각실. 왼쪽 허벅다리 위에 수평으로 얹은 오른쪽 다리에 팔꿈치를 괴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뺨에 살포시 가져다 댄 채 눈을 내리깐 입가엔 그윽한 미소. 그는 사유(思惟) 중이다.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혹은 금동(金銅) 반가사유상. 같은 박물관에 있는 좀 더 화려한 복식의 반가사유상(국보 78호)과 구별하기 위해 문화재 관계자들은 그를 '국보 83호'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일본 교토(京都) 고류지(廣隆寺)에 이와 똑 닮은 목조상이 있다. 이 상이 신라에서 왔다는 설이 있어 '국보 83호' 역시 신라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지만 섬려한 양식 때문에 백제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불상이 내뿜는 고요한 움직임 앞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한숨을 내쉬다가, 마음의 평정을 얻어 돌아간다.
고아(高雅)하고 철학적인 사유가 신(神)의 영역이라면 번잡하고 일상적인 고뇌(苦惱)는 인간의 영역이다. 프랑스 조각가 로댕(Rodin·1840~1917)의 '생각하는 사람'은 온몸으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극적으로 형상화했다. 오른 팔꿈치를 왼 무릎 위에 올린 채 턱을 괸 건장한 사내의 온몸 근육이 터질 듯한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작품의 모체는 로댕이 1880년에 제작을 시작한 '지옥의 문' 윗부분에 자리 잡은 70㎝ 가량의 작은 조각상이었다. 당시 이 조각은 신곡(神曲)을 구상 중인 단테(Dante· 1265~1321)로 여겨졌다. 이후 이 작품을 2m 크기 독립상으로 만든 로댕은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된 1904년 한 비평가에게 편지를 썼다. "모든 사람과 유리된 깡마른 은둔자 단테는 의미를 잃었다. 나는 또 다른 '생각하는 사람'을 고안해냈다. 벌거벗고 바위에 앉아 주먹을 입가에 댄 채 그는 꿈을 꾼다. 풍요로운 생각들이 천천히 그의 머릿속에서 정교해진다. 그는 더 이상 몽상가가 아니다. 창조자다."
로댕의 '지옥의 문'을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로댕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청동 조각은 같은 틀을 이용해 여러 번 주조할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 산하 로댕재단은 여덟 번째 '지옥의 문'까지를 진품으로 인정한다. 삼성 로댕 갤러리에 있는 것은 일곱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