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타 김도현, “노래 잘한다 칭찬은 창피해”

입력 : 2008.04.05 09:38



[OSEN=조경이 기자] 뮤지컬 스타 김도현(31)이 대사를 하고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취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온다.

코미디 뮤지컬 ‘나쁜녀석들’에서 김도현은 사기꾼 프레디 역을 맡았다. 여성의 동정심과 모성애를 자극하며 어떻게 하면 그녀의 마음을 빼앗아 돈을 뜯어낼까 궁리만 하는 프레디. 하지만 프레디는 전혀 밉지가 않다. 능수능란한 사기꾼이고 싶어하지만 매번 2% 부족해서 되레 당하기 일쑤인 초보 사기꾼이다.

덜렁덜렁 거리고 촐싹거리는 프레디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쉴새 없이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내야 한다. 대사를 내뱉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바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무대 밖에서 봐도 김도현의 머리 끝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하지만 노래를 뽑아내는데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 2시간 동안 한치의 흔들림 없이 대사도 노래도 춤도 잘 해냈다.

김도현은 “뮤지컬 노래는 노래라고 생각 안 한다”며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서 뮤지컬을 음악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물론 따로 노래 레슨을 받지만 음악을 수년간 공부한 분에 비해서는 음악적 이해가 떨어진다. 뮤지컬 음악은 음악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대사라고 생각을 한다. ‘노래 잘하시네요’ 그러면 창피하다”고 쑥스러워했다.

쉴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야 하고 무대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너무 활발한 프레디. 그래도 아리아를 안정감 있게 뽑아내야 하는 역할에 부담도 컷을 것 같다.

“저는 음역이나 음색이 전형적인 바리톤인데 프레디는 테너 곡이라고 봐야 한다”며 “음역이나 음색이 테너에 어울리는 곡이고 사실 저한테는 음계가 2,3개 정도 높은 느낌이 든다. 음악계통 지인 분들도 걱정했고 저도 두려워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도현은 음역에 대한 부담을 캐릭터로 덮었다. 음악적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그는 “음계나 멜로디를 지키려고 한다기보다 감정을 지키려고 했다”며 “그러니 잘 못 부른다고 해도 못 알아챘을 수도 있다. 드라마적인 것에 힘을 좀더 실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김도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를 졸업하고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로 데뷔했다. 그 후 ‘뷰티풀 게임’ ‘싱글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뮤지컬 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또한 지난해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자 신인상을 받으며 스타로 급부상했다.

주목 받는 뮤지컬 배우 중의 한 명이라는 대중의 평가에 대해서 그는 “뮤지컬 계에는 저같이 밋밋한 마스크로 배역을 맡고 계신 분들이 별로 없어서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며 “주연급을 보면 선들이 굉장히 강하다. 누가 봐도 배우같이 보이고 잘 생겼다. 저는 옆집 오빠같이 편안한 스타일이고 제 마스크를 봐서는 기대치가 높지 않았을 텐데 기대치보다 더 활약을 하니 관심 받기 쉬운 것 같다”고 했다.

‘나쁜녀석들’은 코미디 뮤지컬이다. 관객을 웃기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 한번 웃어보겠다고 작정하고 온 관객들이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느끼하게 무게를 잡는 로렌스 역의 김우형, 촐싹거리는 김도현 등의 캐릭터가 주는 재미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한국식으로 유연하게 각색했다. “저는 한국 사람인데 미국인 역할을 맡았습니다.”등의 대사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갖가지 코믹한 장치를 설정해서 웃음의 타이밍을 기막히게 잡는 것도 기본이다.

“코미디가 어려운 이유는 코미디는 타이밍 싸움이라서 굉장히 재미있던 것도 잘못하면 굉장히 썰렁할 수 있다”며 “그래서 매 순간 살아있어야 하고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 해야 한다. 또한 감독님이 배우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셨다. 연습하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말하면 열린 마음으로 다 들어주고 ‘일단 그럼 다 해봐라’고 하셨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들을 많이 잡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뮤지컬 ‘나쁜녀석들’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그는 “마지막 노래 중의 대사가 ‘괜찮았어 즐거웠어 한바탕 놀아 본거야. 이렇게 사는 게 진짜 사는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며 “미국 코미디라고 해서 공감이 안 될 것 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보시면 정말 굉장히 즐겁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한바탕 즐겁게 놀고 있다. 무대 위에서 뛰노는 그들을 보며 우리도 한바탕 웃어보는 것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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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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