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극단, 연극으로 인류의 상생(相生)을 외치다

  • 김학민 경희대 교수

입력 : 2008.03.30 22:39

'제방의 북소리'위해 한국 사물놀이 7개월 맹연습
캄보디아·인도·일본·그리스… 편견없이 문화 흡수

1964년 5월 '공동작업과 공동분배'의 새로운 기치를 내건 연출가 아리안느 므누슈킨에 의해 창단된 파리의 태양극단(Le Theatre du Soleil)은 다문화적 공연예술을 선도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단이다. 10개월 정도의 오랜 연습을 거쳐 몇 년에 한 편 정도 새로운 작품을 내놓지만, 40년 이상의 세월이 축적되다 보니 세상에 내놓은 작품들만 해도 상당수가 된다. 다루는 소재와 문화적 배경은 다양하다. ≪캄보디아왕: 미완의 끔찍한 이야기≫(1985)에서는 살아있는 캄보디아의 삶의 현장을 그렸고, ≪앵디아드≫(1987)에서는 영국에서 해방된 인도의 종파 간 분규를 다뤘다. 우리나라 국립극장에서도 순회 공연되었던 ≪제방의 북소리≫(1999)에서는 권력 앞에 선 인간의 추악함과 이를 아우르는 대자연의 힘을 동양적 배경의 철학적 우화로 풀었다.

태양극단은 다양한 형태로 다문화주의를 포용한다. ≪아트레우스의 후손들≫(1990)에서는 일본 가부키와 인도 카타칼리 춤 등 동양 연극의 형식을 빌려 그리스 비극과 동양 연극의 만남을 시도했다. 최근 작품인 ≪오디세이≫(2003)에서는 망명자들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바 있다. 음악은 서양고전음악과 대중음악과 더불어 인도음악, 중국음악, 한국음악 등이 교차하고, 특히 ≪제방의 북소리≫를 위해 전 단원이 한 달 동안 한국·일본·대만·베트남 4개국을 탐방하며 아시아 문화를 익혔고 사물놀이 연주자를 파리로 초청해 7개월간 연주법을 익히기도 했다. 태양극단은 본부인 파리 '카르투슈리'의 공연뿐 아니라 동서양 방방곡곡을 순회공연하면서 다문화적 메시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지난 44년간 27개의 작품을 통해 이들의 공연을 본 사람은 벌써 200만명이 넘었다. 바쁜 공연 일정의 중간에는 캄보디아 등 지구촌의 소외되고 외진 곳으로 워크숍이나 자선활동을 하러 떠나기도 한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과 소재를 포괄하는 태양극단의 활동이 특별히 다문화적 관점에서 빛을 발하는 까닭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치있는 공연문화 형식들을 편견이나 우월감 없이 수용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형식을 새롭게 거듭나게 하기 때문이다. 태양극단의 현장에서 우리는 동양과 서양을 넘어서서 전 인류가 상생(相生)하는 새로운 연극의 가능성을 보았다. 인종을 넘어서고 지역과 문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다문화' 연극은 대등한 시선으로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인종의 삶을 받아들임으로써 보편성과 진정한 세계화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