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자체가 세계적인 언어" 켄트 나가노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3.30 23:38

몬트리올 심포니 이끌고 4월18일 내한

독일 뮌헨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1·2부가 초연됐고 독일 음악의 본산임을 자부하는 전통의 도시다. 지난해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아시아계 삼총사'가 유쾌한 문화 충격을 안겼다.

〈M 버터플라이〉로 유명한 중국계 작가 데이빗 헨리 황이 대본을 맡고, 한국 작곡가 진은숙이 쓴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일본계 미국 지휘자인 켄트 나가노(Nagano)의 지휘로 세계 초연한 것이다.

독일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과 캐나다의 몬트리올 심포니를 동시에 이끌고 있는 나가노는 지난 8일 뉴욕 카네기 홀에서도 몬트리올 심포니의 연주로 진은숙의 신작 관현악 〈로카나〉를 세계 초연하며 변치 않는 우정을 과시했다.

진은숙의 음악 동반자인 나가노가 서울에 온다. 다음달 18~19일 몬트리올 심포니를 이끌고 이틀간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나가노는 미국에서 3~4대째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랐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버클리 심포니를 26년 동안이나 이끌었던 그의 음악 경력 자체가 '다문화주의(多文化主義)'적이다.
독일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과 캐나다의 몬트리올 심포니를 함께 이끌고 있는 일본계 미국 지휘자 켄트 나가노./몬트리올 심포니 제공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음악 자체가 세계적인 언어다. 진은숙과의 관계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베를린에서 처음 만났지만 런던 필하모닉과 처음 작업했으며 지금은 독일 뮌헨과 미국 뉴욕에서 다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리옹 오페라 극장에서 독일 베를린의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극장, 영국의 할레 오케스트라를 거쳐 다시 독일 뮌헨과 캐나다 몬트리올까지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과 오케스트라를 책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리허설에서도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독일어를 기본적으로 구사한다. 이처럼 여러 외국어에 능통한 그는 "그 가운데 영어 액센트가 가장 끔찍하다"며 웃었다.

나가노는 진은숙을 비롯해 존 애덤스의 오페라 ≪클링호퍼의 죽음≫과 카이야 사리아호의 ≪먼 곳에서의 사랑≫ 등 굵직한 현대 음악 작품을 잇따라 세계 초연해왔다. 그는 "우리가 18~19세기의 음악 유산을 물려 받은 것을 자랑스러워 하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우리의 전통을 물려줄 의무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투자하는 작곡가들은 미래의 전통이 된다"고 말했다.

그 역시 대학 시절 작곡을 전공했다. 하지만 나가노는 "작곡의 기술을 배우는 것과 작곡에 대한 재능을 지니고 있는 건 다르다. 그 재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지극히 적다"며 웃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18일)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19일) 등을 들려준다.


▶몬트리올 심포니 내한 공연: 4월 18~19일 세종문화회관, (02)6303-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