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무너뜨리는 마음의 격동을 보라"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3.26 23:49

연극 '오셀로' 주연 김명수

지난해 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시련'은 비극의 펀치력을 보여줬다. 특히 주인공 프락터(김명수)가 거짓 진술서를 찢고 죽음을 선택하는 마지막 순간은 오래 기억될 명장면이었다. 어두운 목관(木棺) 같은 무대가 밝아지며 둥둥둥 북소리가 울려퍼질 때, 많은 관객이 저릿저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 영웅 프락터, 김명수가 이번엔 파멸한다. 큰 키에 선이 굵은 연기를 하는 이 배우는 4월 11일 개막하는 셰익스피어 비극 '오셀로'(연출 정일성)에서 오셀로 역을 맡는다. 오셀로는 무너지는 영웅이다. '시련'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은 김명수는 "예정된 비극적 숙명이라는 시각으로 오셀로에 접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셀로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피부색이 검은 무어인인 오셀로는 영웅이면서도 인종차별을 당합니다. 아내 데스데모나(김효서)와는 흑백의 불협화음이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악역으로 곧잘 등장하는 김명수는 "선한 인물보다는 악역이 더 편하다"고 했다. 자신이 아닌 것을 추구하다보니 어떤 카타르시스도 느낀단다. 그는 "프락터는 너무 힘들었다. 오셀로도 어떤 짓거리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머무르면 안 돼 부담스럽다"며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건 코미디"라고 고백했다.

배우가 꼽는 '오셀로'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데스데모나를 죽이기 직전의 망설임이다. "아내를 살해하기 전의 흔들림, 결행하지 않고 주저하며 내뱉는 독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목을 졸라 죽일 때 어떤 자극이 올까, 그 격동하는 마음이 하이라이트가 될 겁니다."

'오셀로'는 극단 미학의 창단 10주년 기념 무대다. 김명수는 창단 공연인 '햄릿'부터 '맥베스' '오셀로'를 거치며 계속 비극의 주인공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오셀로'에서 남녀 주인공의 비극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요즘 세상과 맞닿는 표면적이 가장 넓다"고 말했다.

▶4월 20일까지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02)571-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