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차림] 햄릿·BBC 필하모닉·코레스폰던스 전·새드 베케이션…

  • 김태훈 기자
  • 김수혜 기자
  • 김성현 기자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3.16 23:29

햄릿이 칼 대신 총을 든 연극 '햄릿', '해가 지지 않는 음악 제국' BBC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 전시 '코레스폰던스'전, 지난주 영화로도 개봉된 일본 소설가 아오야마 신지의 장편 '새드 베케이션'…. 조선일보 문화부가 월요일 아침 배달하는 이번주 '문화 상차림'입니다. 이 문화 체험 코스를 따라가면 당신의 일주일이 즐거워집니다.

연극


우리에게 친숙한 햄릿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가로챈 욕정'에 칼을 겨누는 남자다. 그런데 14일 국립극장에서 개막한 '햄릿'에서 주인공은 "죽느냐 사느냐…" 독백을 할 때 머리에 총을 겨눈다. 독일 연출가는 공중에 샹들리에 7개를 매달고 길다란 패션쇼형 무대를 사용하며 연극성을 극대화한다.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교복도 등장한다. 칼을 골프채처럼 쓰는 마지막 검투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지난해 초연해 호평받은 작품. 서상원이 햄릿, 고아라가 오필리어 역을 맡고 국립극단 배우들이 출연한다. 23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80-4115

뮤지컬로는 '빨래'(8월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를 추천한다. 주인공은 서울살이의 스트레스를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낸다"는 노래로 날려버린다. 김재범 황지영이 출연하고 추민주가 연출한다. (02)6083-1775

연극‘햄릿’/국립극단 제공

클래식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면, BBC는 '해가 지지 않는 음악 제국'이다. BBC는 런던의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웨일스의 BBC 국립 웨일스 오케스트라, ▲스코틀랜드의 BBC 스코티시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자체 브랜드를 딴 5개의 악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맨체스터에 기반을 둔 BBC 필하모닉이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박지성이 활약하는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올해 창단 150년을 맞은 할레 오케스트라와 BBC 필하모닉 등 맨체스터가 오케스트라 도시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수석 지휘자인 자난드레아 노세다(Noseda)는 젊은 시절 게르기예프와 정명훈을 사사했다.

내한 무대에서 지역별로 서로 다른 '맞춤형 협연자' 명단이 눈에 띈다. 21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연주회에서는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2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양희원)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23일 김해문화의전당과 25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26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는 김선욱이 역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각각 협연한다. (02)599-5743

BBC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 /빈체로 제공

전시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코레스폰던스'(Correspondence·답신)전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하나같이 알쏭달쏭한 얼굴들이다. "재미있긴 한데 뭔지 잘 모르겠다" 혹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었다"는 표정들이다. 이 전시는 김기라·김윤호·안정주·오형근·함경아씨 등 20~40대 작가 다섯 명의 작품을 한데 모은 그룹전이다. 이들은 지향점·주제·소재·기법이 각기 다르다. 가령 사진작가 오형근씨는 보송보송한 뺨에 분을 바른 10대 소녀들의 얼굴을 거대한 사이즈로 인화한 '소녀들의 화장법' 시리즈를 냈다. 미디어 아트 작가 안정주씨는 소주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소주병 수만 개가 '쿵쿵' '끼익끼익' 소리 내며 제조되는 과정을 촬영해서 리듬감 넘치게 편집한 영상물 '병'(The Bottles)을 냈다.

이 전시는 어떤 면에서 작가들의 개성보다 전시 기획자 김선정(4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개성을 더 강하게 드러낸다. 김씨는 전위적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 골몰해온 국내 정상급 큐레이터다. 그녀는 "과거에 제가 주로 작품의 미적인 면에 집중했다면, 이번 전시는 사회 현상에 대해 발언하는 작품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일반 관객들에겐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방이 어디쯤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다. 다음달 20일까지. (02)739-7067

문학


지난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새드 베케이션'의 동명 원작 소설이 지식여행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아프가니스탄 소년들의 우정을 그린 '연을 쫓는 아이'처럼 '영화와 원작 소설의 동반 흥행'이 두드러진 가운데 선보인 화제의 소설이다.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겐지는 어느 날 만취한 손님을 태우고 작은 운송회사에 갔다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 치요코를 발견한다. 겐지는 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며 어머니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 자신을 해치려 하는 아들을 드러나지 않는 모성으로 조용히 감싸는 치요코의 내면이 애잔한 감흥을 자아낸다.

사진작가 오형근씨의 '소녀들의 화장법' / 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