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중앙과 지방학교, 개인 간에도 격차 없어

  • 김형주·음악 평론가

입력 : 2008.03.14 23:05

본사 주최 제71회 신인 음악회

전국 음대 졸업생 중에서 학교 추천에 의해 선발된 신진들이 전문 교육 과정을 통해 배우고 닦은 소양을 선보이는 데뷔 무대가 신인 음악회다. 최근 신인 음악회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과거 같은 중앙과 지방 학교 간의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다. 외국 유학을 마친 우수한 교수들이 지방 학교에도 고루 배치되어 있고 교육 환경이 좋아진 결과다.

올해 제71회 조선일보 신인 음악회 출연자들도 거의 개인차를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이제 시작인 신인에게 음악적 원숙함까지 바랄 수는 없지만, 그 중에는 기성 음악인 못지 않은 기능을 갖춘 재질이 우수한 출연자도 있었다.

피아노의 구세라(전남대)는 타건의 힘도 좋고 야무진 조형 감각을 선보였지만 나긋나긋한 유연성과 대비성도 가미했으면 하는 바람이 남았다. 소프라노의 안근영(이화여대)은 호소력 있는 가창력이 뛰어났다. 다만 '새타령'에서 우리 고유의 창이나 판소리 같은 억양이 조금 더 살았으면 더 멋이 살았을 것이다.
바이올린의 임주혜(서울대)는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솜씨를 보였다. 기교도 탁월했고 구성감도 견실한 지적인 연주자였다. 대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작곡 분야의 박지수(연세대)는 '4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인생은 아름다워'를 선보였다. 주로 베이스 클라리넷의 주도 동기에 다른 악기가 트릴의 음형으로 대응하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탄탄한 짜임새가 흥미를 끌었다.

바이올린의 노정인(숙명여대)은 보잉(운궁법)도 자재롭고 음정감도 정확했지만 강직함과 유연성을 대비시키면서 조금 더 다채롭게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이 남았다.

바리톤의 전원갑(경희대)은 소리도 좋고 성량도 풍부한 압도적 호소력이 매력적이다. 오페라에 기대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루트의 조훈희(한양대)도 탁월한 기능의 소지자로 기교력도 세련되었고 어떠한 난곡도 극복할 수 있는 기교에 기질이 강한 주자다. 작곡 곽태평(서울대)의 작품 '8개의 현악기를 위한 구원'은 하나의 현악 합주의 구성에, 아주 절제된 동기부여로 예리한 현대 감각이 부각된 개성 있는 가작이었다. 올해 신인 음악회는 세종체임버홀에서 16일까지 계속된다. (02)724-6323
제71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에 참가한 임주혜<왼쪽〉와 곽태평.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