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밤, 레이디 맥베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scene PLAYBILL guest editor 양창모

입력 : 2008.03.14 09:56

연극 '레이디 맥베스'

맥베스 부인이 정신착란을 일으켜, 몽유상태로 걸어 다니며 자신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 광경을 지켜본 시의와 시녀는 혼란에 빠진다. '맥베스' 5막 1장.


이 길지 않은 대목을 일찍이 연출가 한태숙은 주목한 바 있다. 그녀가 직접 각색·연출하여 1998년 초연된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맥베스 부인을 중심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물체극과 연극의 결합’이라는 시도로 화제를 부르며 재공연을 거듭한 이 공연이 5번째로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최고의 연극’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레이디 맥베스'의 줄거리는 원작을 크게 비틀지 않았다.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권력욕을 키우던 맥베스가 부인과 공모해 던컨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죄의식에 시달리다 스스로 파멸한다는 내용. 하지만 작품은 '맥베스'의 5막 1장에 착안해, 궁중의사가 몽유증세가 있는 맥베스 부인을 고치기 위해 그녀의 기억을 더듬어 끌어내는 형태를 가졌다.  궁중의사와 시종은 그녀에게 묻는다. “그 날 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전의는 최면을 걸어 맥베스 기억의 부인을 풀어내는데, 던컨 시해가 있던 과거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현재가 그 속에서 계속 반복된다. 최면이 풀릴 때마다 괴로워하는 그녀에게 전의는 집요하게 다그친다. “거기서, 무엇을 했습니까?”


끝까지 팽팽한 긴장의 연속, 광기어린 무대를 체험하라


죄의식의 고통. 불안과 공포로 짓이겨진 병든 마음을 '레이디 맥베스'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브제 아티스트 이영란의 손으로 뱀이 형상화될 때, 타악기 소리가 빠르게 메아리칠 때, 초연부터 지금까지 줄곧 맥베스 부인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서주희가 신들린 듯 연기할 때, 객석은 압도당한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관객들을 계속 몰아붙이는 '레이디 맥베스'는 불편한 공연이다. 무대 위 맥베스 부인에게 날아가는 칼날이 결국은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전의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마지막 장면에서 공연은 자신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같이 고통 받도록 하자. 맥베스 부인과 같이, “죄짓지 않는 사람들이여, 저주받아라!”라고 소리치도록 하자. 그리고 공연장을 나오면서 이 기분을 잊지 않도록 하자. 어쩌면 우리 모두는 분명, 불편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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