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지막 10분, '샤부샤부'가 진국일세!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3.12 23:34

연극 '왕궁식당의 최후'

이 연극이나 배우 홍원기에겐 당분간 '샤부샤부'라는 별명이 따라붙을 것 같다. '왕궁식당의 최후'(김명화 작·이기도 연출)는 관객을 100분간 괴롭히다가 마지막 10분 동안 기쁨을 주는데, 그 긴 코스요리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샤부샤부다. 스포일러(spoiler·중요한 장면을 미리 알려줘 재미를 떨어뜨리는 사람)가 될지언정 그 10분을 공개해야겠다. 현장에서 목격하지 않는 한 그 충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몹시 연극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보건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 요리사들을 보여주는 첫 장면부터 '왕궁식당의 최후'는 풍자 코미디라고 고백한다. 전염병이 돌고 요리 재료는 바닥나는데,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앞둔 왕궁식당에는 차기 대요리사장 자리를 놓고 암투가 벌어진다.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도 사라진다. '각하'라 불리는 식당 주인(김응수)은 대요리사장(홍원기)에게 "총독, 군인도 우리의 고객이었다"며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라"고 윽박지른다.
‘왕궁식당의 최후’는 요리로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코미디다. /극단 인혁 제공

냉동고 안에 '진실'이 들어 있고, '생각'을 요리 재료로 쓰고, '얼음 같은 분별력'이라는 소스까지 등장시키는 이 연극은 어렵다. 끝까지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무희(이지하)와 기저귀를 찬 그녀의 오빠(박상종), 네 요리사의 자리가 대부분 불안하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던지는 진지한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물음표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라운드 제로'를 연상시키는 엔딩만큼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10분, 대요리사장이 "평생 만든 최고의 요리"라며 커다란 솥에 샤부샤부를 내온다. 그런데 고기 한 점 없는 소금물이다. 주인 각하와 관객 모두가 실망할 때, 대요리사장은 신발과 옷을 벗고 알몸이 된다. 곧장 가마솥으로 투신. 이 '인간 샤부샤부'가 왕궁식당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였다.

▶23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923-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