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석 희곡상 뮤지컬 날개 달고 최고의 권위 지향한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3.12 23:31

뮤지컬 극본 부문 신설
상금 3천만원, 공연도 보장
"작품성 있는 창작물 기대"

차범석희곡상이 새 날개를 달았다. 기존의 장막 희곡 부문 외에 뮤지컬 극본 부문이 신설됐다. 국내에서 작가 이름을 건 뮤지컬 극본상이 만들어지기는 처음이다. 뮤지컬 부문 당선작은 '맘마미아!' '아이다'의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해 공연할 예정이다.

극작가들은 '공모+공연' 패키지인 뮤지컬 극본상의 탄생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는 "상금도 상금이지만 공연까지 보장해주는 시상이라 더 기쁘다"고 말했다. 연극 '열하일기만보'의 배삼식은 "차범석 선생님 이름만으로도 정교한 글쓰기를 추동하는 힘이 있다"고 했고,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한국뮤지컬대상 작품상을 받았던 장유정은 "공모 준비는 짜릿하고 달콤한 스트레스다. 프로 작가들에게도 긴장할 기회"라고 반겼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00년대 들어 해마다 15~20%가량 성장(매출액 기준)하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공연된 뮤지컬 160편 중 창작 뮤지컬이 115편(72%)이나 됐다. 111편 가운데 71편(64%)이었던 2006년과 비교하면 총량과 비중 모두 창작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에이콤, PMC프러덕션 등 뮤지컬 빅 컴퍼니들도 창작 뮤지컬 기획·제작을 강화하고 있다. PMC프러덕션의 최용석 기획제작부장은 "기획서를 포함해 뮤지컬 극본이 매달 8~10편씩 들어온다. 2~3년 전에 비하면 두 배 늘어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품성 있는 창작 뮤지컬 극본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차범석희곡상의 뮤지컬 극본 부문 신설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사건이라는 반응이다.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서울연극협회장)는 "한두 편 붙들고 씨름하는 것과 수십 편 중에 옥석을 가리는 공모는 출발부터 다르다"며 "초연으로 그 작품의 운명이 결정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검증된 당선작을 공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승부"라고 말했다.

차범석희곡상은 신작 장막 희곡과 뮤지컬 극본을 공모해 부문별 당선작에 3000만원을 주고 공연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시상이다. 1955년과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부문 가작과 당선작을 내며 등단한 차범석은 작고 전 "내 이름을 건 희곡상을 조선일보와 만들었으면 한다"는 뜻을 남겼고, 지난해 차범석희곡상으로 탄생했다. 관객은 오는 6월 7~2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제1회 당선작 '침향(沈香·세상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운 향기)'을 만날 수 있다.

지난 4일 조선일보사에서는 차범석희곡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문순 조선일보 발행인)가 열렸다. 연출가 임영웅·손진책, 연극 평론가 유민영, 극작가 윤대성, 배우 전무송·강부자,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하철경 미술협회 전 이사장 등 운영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뮤지컬 극본의 경우 ▲음악 없이 극본만 접수한다 ▲당선작 저작권(공연권)은 5년간 주최측이 갖는다 등 세부 규약을 결정했다.

에이콤이 제작한 뮤지컬‘명성황후’(왼쪽 맨 위), 신시뮤지컬컴퍼니의‘댄싱 섀도우’(왼쪽 가운데), 경기도문화의전당의‘화성에서 꿈꾸다’ (왼쪽 아래), 조아뮤지컬컴퍼니의‘마리아 마리아’(오른쪽 아래) 등 호평받은 대극장 창작 뮤지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