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3.07 14:24 | 수정 : 2008.03.08 22:12
이규현의 그림산책
"이우환이 딱 끊겼어요."
연초 있었던 미술계 사람들의 모임에서 경매회사 직원인 A씨가 이렇게 말하자,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화랑을 운영하는 B씨가 거듭니다. "그러게 말이야. 삼성 (비자금 특검) 사건 하나로 이렇게 확 달라지냐."
이우환 시장 '올스톱'. 요즘 미술계 사람들이 모이면 하는 얘기입니다. 지난 2월 7일 런던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현대미술 경매에 출품된 이우환의 작품 두 점이 모두 유찰돼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듭니다. '점으로부터'(1977년작·60.5X72.5cm)와 네 폭짜리 작품인 '조응'(1996년작·162X130cmX4)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작년 말부터 우울했습니다. 서울옥션, K옥션, D옥션에 이우환 작품이 통틀어 32점 출품돼 이 중 절반인 16점이 유찰됐습니다. 그래서 서울옥션에서 1월 31일 열린 올해의 첫 경매에는 이우환 작품이 아예 한 점도 안 나왔지요.
연초 있었던 미술계 사람들의 모임에서 경매회사 직원인 A씨가 이렇게 말하자,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화랑을 운영하는 B씨가 거듭니다. "그러게 말이야. 삼성 (비자금 특검) 사건 하나로 이렇게 확 달라지냐."
이우환 시장 '올스톱'. 요즘 미술계 사람들이 모이면 하는 얘기입니다. 지난 2월 7일 런던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현대미술 경매에 출품된 이우환의 작품 두 점이 모두 유찰돼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듭니다. '점으로부터'(1977년작·60.5X72.5cm)와 네 폭짜리 작품인 '조응'(1996년작·162X130cmX4)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작년 말부터 우울했습니다. 서울옥션, K옥션, D옥션에 이우환 작품이 통틀어 32점 출품돼 이 중 절반인 16점이 유찰됐습니다. 그래서 서울옥션에서 1월 31일 열린 올해의 첫 경매에는 이우환 작품이 아예 한 점도 안 나왔지요.
추상화가이자 조각가인 이우환(72)은 한국과 일본의 모던아트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이자 예술이론가이고,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한국인입니다. 작가 자신은 '블루칩 화가'로 불리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는 시장의 스타였습니다. 2001년 이후 경매 낙찰가격 상승률이 1위였고(서울옥션 자료), 미술 시장의 정점을 찍었던 작년 9월 당시 인사동 거래가격이 1년 전 대비 4배 정도 올라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지요.
그런데 작년 말부터 그의 작품 거래가 멈췄습니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소장 김윤섭)가 작년 9~12월 소위 '나까마'로 불리는 인사동 중개상인들에게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상인들이 그림을 팔 때 부르는 '호가 가격'이 이우환의 경우 작년 9월 호당 2000만~25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12월에는 호당 1000만~1500만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우환은 왜 갑자기 안 팔릴까요? 제일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1년 동안 4배 뛴 건 심하긴 심했죠. 사람들한테 경계심리가 생긴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국내 한 경매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컬렉터들이 부담스러워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우환 작품을 가진 사람들은 작품의 질적 차이에 상관없이 모든 작품을 다 비싸게 팔고 싶어 합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원하는 가격이 맞지 않으니, 거래가 이뤄지기는 당연히 어려운 것이지요. 한 미술품 딜러는 "작년 9월 가격보다 20%만 싸게 나오면 사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진 사람들이 절대 값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수급이 안 맞는다"고 호소합니다.
이번에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 나왔다가 유찰된 '조응'은 추정가 20만~30만 파운드(3억7000만~5억6000만원)였고, '점으로부터'는 추정가 18만~22만 파운드(3억3000만~4억1000만원)였습니다. 그런데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시리즈가 인기 있기는 해도, 모든 점이 다 인기 있는 것은 아닙니다. 런던 경매에 나온 그림은 약간 길쭉한 점인데, 사람들이 고액을 지불하는 '점'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딱 떨어지는 모양의 점입니다. 작년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198만 달러(18억원)에 낙찰돼 한국 작가 해외 경매 최고기록을 세운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61X130cm·1978년)가 바로 이런 딱 떨어지는 모양의 점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그의 작품 거래가 멈췄습니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소장 김윤섭)가 작년 9~12월 소위 '나까마'로 불리는 인사동 중개상인들에게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상인들이 그림을 팔 때 부르는 '호가 가격'이 이우환의 경우 작년 9월 호당 2000만~25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12월에는 호당 1000만~1500만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우환은 왜 갑자기 안 팔릴까요? 제일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1년 동안 4배 뛴 건 심하긴 심했죠. 사람들한테 경계심리가 생긴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국내 한 경매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컬렉터들이 부담스러워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우환 작품을 가진 사람들은 작품의 질적 차이에 상관없이 모든 작품을 다 비싸게 팔고 싶어 합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원하는 가격이 맞지 않으니, 거래가 이뤄지기는 당연히 어려운 것이지요. 한 미술품 딜러는 "작년 9월 가격보다 20%만 싸게 나오면 사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진 사람들이 절대 값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수급이 안 맞는다"고 호소합니다.
이번에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 나왔다가 유찰된 '조응'은 추정가 20만~30만 파운드(3억7000만~5억6000만원)였고, '점으로부터'는 추정가 18만~22만 파운드(3억3000만~4억1000만원)였습니다. 그런데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시리즈가 인기 있기는 해도, 모든 점이 다 인기 있는 것은 아닙니다. 런던 경매에 나온 그림은 약간 길쭉한 점인데, 사람들이 고액을 지불하는 '점'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딱 떨어지는 모양의 점입니다. 작년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198만 달러(18억원)에 낙찰돼 한국 작가 해외 경매 최고기록을 세운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61X130cm·1978년)가 바로 이런 딱 떨어지는 모양의 점 그림이었습니다.
여전히 이우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우환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해외에 비해 우리 미술 시장은 그때그때 정치·사회적인 분위기를 많이 타거든요. 국내 경매회사들이 작년 11월과 12월에 이우환 작품을 32점이나 내놓은 것은 그만큼 살 사람들이 있다는 내부 조사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경매회사들이 그냥 무턱대고 맨땅에 헤딩하듯 작품을 내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경매를 앞둔 11월 초,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가 느닷없이 '삼성 비자금 미술구매 목록'이란 것을 내놓아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큰손 컬렉터들이 일시적인 잠수(潛水)에 들어갔습니다. 이유는 또 있습니다. 작년까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미술 시장 '단타족' 또는 '투기꾼'들이 쏙 들어간 것도 이우환 시장을 일시 소강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풀리면 미술 시장도 풀리리라는 기대도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경매를 앞둔 11월 초,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가 느닷없이 '삼성 비자금 미술구매 목록'이란 것을 내놓아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큰손 컬렉터들이 일시적인 잠수(潛水)에 들어갔습니다. 이유는 또 있습니다. 작년까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미술 시장 '단타족' 또는 '투기꾼'들이 쏙 들어간 것도 이우환 시장을 일시 소강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풀리면 미술 시장도 풀리리라는 기대도 퍼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