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햄릿’의 김동호, “산다는 건 연극 같아”

입력 : 2008.03.07 09:39



[OSEN=조경이 기자] 뮤지컬 배우 김동호(23)가 있다. 2005년 뮤지컬 ‘비밀의 정원’으로 데뷔했다. 뮤지컬 스타 남경주가 그의 가능성을 보고 함께 작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하면서 그의 뮤지컬 인생이 시작됐다. 그 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리스’ ‘한여름 밤의 악몽’ 등을 거쳐 현재 뮤지컬 ‘햄릿’으로 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는 햄릿의 친구이자 오필리어의 오빠인 레어티스 역을 맡았다.

무대에서 그는 빛난다. 180cm를 훌쩍 넘는 키에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저 배우는 누구야?”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극중 여동생 오필러어와 감성 연기,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햄릿을 향한 복수심. 다양한 감정을 격정적으로 이끌어낸다. 농익은 연기와 깊은 호흡을 100% 보여주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 가능성만큼은 100% 이상을 충족시켜줄 김동호와 만났다.

- ‘햄릿’에서 여동생 오필리어와 감성 연기가 인상적이다.

▲저와 호흡이 굉장히 잘 맞는다. 정명은씨는 ‘그리스’에서 주인공을 같이 해서 더 수월한 면이 있고 신주연씨도 굉장히 잘 하신다. 우리끼리 있을 때 ‘광년이 신’이라고 오필리어가 머리에 꽃을 꽂고 정신을 놓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에서 솔직히 저는 하는 게 없다. 오필리어를 그냥 보고 있는 게 다다. 보고 있는 게 다지만 그 분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 진짜 가슴이 아프다. 정말 미친 것 같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미친 것 같이 잘해주니까 옆에서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이제는 오필리어를 볼 때마다 짠한 마음이 든다.

- 오필리어와 연기가 절절한데 극중에서 레어티스가 오필리어를 여동생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여자로서 사랑하는 감정인 것도 같다.

▲연습할 때 말이 많았다. 연출님께 ‘이건 근친상간입니까?’라고 물었다. ‘친 동생과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 몸짓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하는 몸짓인데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연출님이 ‘동생을 너무 사랑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해보라고 했다.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는 가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래서 근친상간인 것처럼, 그런가 아닌가 하는 게 내 의도다. 특별히 단정짓지 않았다. 극중 내 동생인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사랑하는 오필리어다.

- “산다는 건 연극 같아”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너무 와 닿는 가사다. 이 작품에서 가장 찡하게 와 닿는 말이다. ‘투데이 포 더 라스트 타임(Today For The Last Time)’의 가사로 ‘산다는 건 연극 같아. 내 마지막 무대는 무덤 속이 될 거야. 광대에겐 선택의 자유 없지만 운 좋으면 태양이 떠오리라~’ 저는 연습하면서 그 신이 정말 너무 찡했다. 그 부분을 관객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배우들한테 굉장히 와 닿는 말 같다.

- 오필리어가 죽고 무덤 옆에 서서 슬픔을 노래한다. 햄릿 역시 슬퍼서 노래하는 중에 클로우디우스 왕이 두 사람의 결투를 제안한다. 햄릿과 결투할 때, 합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

▲아직도 어려운 신이다. 아직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처음 햄릿과 소리를 지르면서 첫 합을 맞추는데 칼이 90도로 휘었다. 칼 날을 잡고 다시 싸우다가 햄릿이 잠깐 노래하는 동안 숨을 돌리는 신에서 칼을 펴기도 했다. 무술 감독님이 ‘원래 정말 그 시대에 칼 싸움을 하면 칼이 휜다. 진짜 싸우다가 칼이 휘기도 하고 다시 칼을 피기도 하고 그런다’고 했다. 어떨 때는 너무 심하게 휘어서 발로 밟아서 폈다(웃음). 평소 연습은 목검으로 하다가 공연할 때 진검을 들으니까 위험해서 공연 초반 같은 경우는 힘을 안주고 액션만 했는데 공연에 들어가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어서 힘이 오버되고 서로 맞추기로 한 칼 놀림이 어긋날 때도 있다.

- 시연회 때(2월 26일)는 솔직히 노래를 부르는데 안정감이 없었다. 불안해 보였다.

▲사실 아직은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김)수용이 형이 ‘네 감정은 100%를 채우되 이성은 차갑게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감정이 격해지면 노래만 하면 잘되는데 감정까지 나오니까 컨트롤이 잘 안 된다.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20%의 이성이 있어야’ 한다고 그랬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이성을 차리려고 하면 공허하고 그래서 감정이 안 따라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보다는 훨씬 더 나아졌다(웃음). 공연 다시 한번 보러 오라.

-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뮤지컬의 가장 큰 힘은 음악이다. 드라마 안에서 감동을 준다. 굉장히 탄탄한 드라마 안에서 음악이 잘 믹스가 되면 감동이 두 배가 된다. 하지만 따로 노는 경우도 있다. 음악이 전혀 타당성이 없고 드라마랑 상관없이 주인공이 노래를 부른다든지 그러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돼 버린다. 대작들을 봐도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드라마 안에 배우의 상태들을 관객들에게 더 강한 임팩트로 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뮤지컬은 무엇인가

▲옛날에 브로드웨이에서 ‘지킬 앤 하이드’ 배우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을 했다. 우연히 초대를 받아서 갔다. 가서 보고 완전 감동을 받았고 울었다. 그때 배우들의 에너지를 강하게 느꼈다. 흥분해서 보다가 울었다. 그 에너지를 받고 거기에 꽂혀서 그 공연을 4번 봤다. 티켓 값이 걱정되기 보다는 그런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공연은 돈이 아깝지 않다.

- 관객들의 박수가 없으면 공연하기 힘들지 않은가. 뮤지컬이 별로라서 박수를 안 치는 경우도 있지만 감동해서 박수할 타임을 놓치게 될 때도 있다.

▲박수가 많이 나오고 적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박수가 하나도 안 나와도 관객들이 재미가 없어서 냉담한 것인지 심각한 분위기에 빨려 들어가서 그런 것인지 느껴진다. 박수를 치는데 그냥 치는 박수인지 아닌지 느껴진다. 그냥 치는 박수이거나 냉담해서 박수가 안 나올 때는 솔직히 힘이 빠진다. 하지만 오히려 심각한 신에서는 박수가 안 나오는 게 더 좋다. 노래가 딱 끝났는데 조명만 아웃 되고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 있고 제만 퇴장하는 게 좋다. 박수가 없어도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구나’ 하는 것의 감이 있다.

- 지금은 조연이지만 나중에는 뮤지컬 ‘햄릿’의 햄릿이 되고 싶을 것 같다.

▲분명히 욕심은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욕심 낼 것은 아니라는 생각한다. 시켜줘도 지금 하는 분들 만큼 할 자신은 없다. 분명히 하고 싶고 너무 하고 싶다. 솔직히 아직은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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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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