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3.05 23:46 | 수정 : 2008.03.06 07:00
국내 투톱 발레단, 나란히 비극 공연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원수지간인 두 가문의 아들과 딸이 사랑하다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는 원작 그대로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 발레의 무대가 열린다. 유리 그리가로비치(러시아)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번이 국내 초연.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스파르타쿠스' 등 국립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를 안무한 그리가로비치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등 다른 안무가들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달리 이 작품에서 남성 무용수를 적극 활용한다. 동작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섬세한 내면 표현에도 집중한다.
두 집안 남자들의 싸움과 가면 무도회는 남성적이고 스펙터클하다. 1막의 발코니 장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드되(2인무)는 강렬하고, 죽음을 연극적으로 처리한 엔딩도 볼거리로 꼽힌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지영이 날아와 줄리엣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김지영의 국내 무대는 2005년 '해적' 이후 3년 만이다. 김주원·김현웅, 김지영·정주영 커플이 번갈아 공연한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쓰고 무대 장치와 의상, 소품은 모두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4월 16~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587-6181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시골 처녀 지젤이 약혼녀가 있는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진다. 전체 2막 중 지젤이 사랑하다 배신당해 미치고 결국 죽는 1막은 어둠을 향해 달린다. 윌리(결혼식 전 죽은 처녀 유령)로 부활해 알브레히트와 재회하는 2막은 갈수록 밝다. 이쪽 끝과 저쪽 끝 사이의 진폭에 작품의 성패가 달려 있다.
우아하고 신비로운 '발레 블랑(백색 발레)'이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2막 중 윌리들의 군무. 푸르스름한 달빛 아래 흰 베일을 쓰고 춤추는 윌리들은 부서질 것처럼 아름답다. 지젤을 추는 발레리나들은 "슬픈 척하면 안 되고 객석까지 전해지는 슬픔이어야 한다"며 "기쁘면서도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객석의 3분의 2가 벌써 팔렸다. '영원한 지젤'로 불리는 문훈숙 UBC 단장이 공연 30분 전 감상법을 소개한다. 안지은·황재원, 황혜민·엄재용, 강예나·이현준, 임혜경·이원국 커플이 무대에 오른다.
▶3월 20~23일 유니버설아트센터. 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