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신세된 60살 한국 오페라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3.06 00:15

지난해 12월 예술의정당 화재로 둥지 잃은 채 대관신청 잇따라

지난 1948년 '라 트라비아타' 국내 초연을 기준으로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국 오페라가 회갑연은커녕 지붕 하나 없는 피난살이 신세다. 지난해 12월 오페라 '라 보엠' 공연 도중 일어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재 사건으로 둥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은 다음달 1~4일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도니체티·사진)를 국립극장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국립극장 산하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뒤 예술의전당에 입주했던 국립오페라단이 친정으로 돌아가 간신히 공연장을 얻은 셈이다. 김자경 오페라단과 국제 오페라단 등 민간 오페라단들도 성남아트센터 등에 잇따라 대관 신청하며 '오페라 피난 행렬'에 합류했다.

한편 예술의전당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해 '라 보엠' 공연 당시 출연 가수의 실수로 불이 일어났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당시 성악가가 무대 위에서 악보를 찢어 벽난로에 던지는 대목에서 성냥불이 꺼진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실수로 불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악가는 경찰 조사에서 실화(失火)를 부인하고 있다.

화재 피해액만 13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의 화재 원인 발표에 따라 당시 공연 주최측인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의 책임 논란과 피해 보상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