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뜬 뮤지컬, 대학로에 도전장

  • 박돈규 기자 =글
  • 주완중 기자 =사진

입력 : 2008.02.29 23:48 | 수정 : 2008.03.01 06:40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
작년부터 200여회 공연
표준말 대신, 대구 사투리로…
"서울 관객 웃기고 울리겠다"

연출가 이상원
"배우, 작가, 스태프까지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데이."

지난달 초 대구 봉산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연출가 이상원(47)이 단원들을 소집했다. 다들 잠자코 듣기만 했다. 지난해 1월 대구에서 초연해 200여회 공연하며 2만5000명의 관객을 모은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의 서울 대학로 진출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제작자이기도 한 이상원은 "지역 공연이 서울 원정을 하는 것은 '위험한 역주행'이지만 부딪쳐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를 비롯해 지역 무명배우들의 꿈은 '나도 대학로에서 얼굴 나오는 포스터를 붙이고 싶다'입니다. 20대 후반엔 너도나도 대학로에서 한두 편씩 출연하지만 버텨내는 배우는 드물어요. 대학로 입성을 발표하니까 다들 좋아했습니다. 깨지지만 않으면 성공이지요."

'만화방 미숙이'는 만화책 2000여권이 꽂혀 있는 만화방이 무대다. 군인(육군 상사) 출신의 만화방 주인 장봉구는 빚 때문에 가게를 넘겨야 할 처지. 장봉구는 장녀 미숙이를 비롯한 삼남매 앞에서 선언한다. "너희 중 누구든 만화방을 살려라. 살리는 놈에게 만화방 물려주겠다…." 대구 공연은 '나와봐라 니!' 같은 유행어도 남겼다.

 

대구에서 히트하고 서울 대학로로 올라온 뮤지컬‘만화방 미숙이’. /뉴컴퍼니 제공
이상원은 요즘 서울과 대구를 왕복하며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 쉽게 말해 표를 '강매'하고 있다. "술 안 사도 된다. 표만 사달라"는 게 요즘 입에 붙은 말이다. 그는 "'만화방 미숙이'는 대구 역사상 두 번째 창작 뮤지컬"이라며 "지역에서는 공연 만들 때부터 서울 시장은 안중에도 없는데 이번 기회에 후배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로는 하루 80여개 공연이 경쟁하는 전쟁터다. 소극장 대관료도 하루 10만원 정도인 대구에 비해 예닐곱 배 비싸다. '만화방 미숙이' 공연팀 22명은 대학로 근처 모텔에서 숙식하며 이곳 환경에 적응 중이다. 이상원은 "요즘 대구에는 대형 할인마트가 구멍가게를 지우듯이 서울에서 내려온 히트작들이 관객을 붙잡고 있다"며 "명품 공연과 비교하면 힘이 달리지만, 투박하면서 정감 있는 연기는 우리가 낫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습니다. 작년엔 '오지 마라. 누구 누구가 대학로 와서 말아먹고 물러났다'고 했던 선배들이 '잘 해봐라' 격려해요. 서울 관객을 웃겼다 울리고, 대도시엔 박한 인간미도 퍼뜨려 보겠습니다." 유료객석 점유율 50%가 '만화방 미숙이' 팀의 목표다.

▶3월 13일부터 대학로 나무와물 소극장. (02)6408-9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