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29 23:53 | 수정 : 2008.02.29 23:54
이홍구 통영국제음악회 이사장
"나는 오래 못살 것 같네. 자네가 대신 이사장을 좀 맡아주게."
지난 2005년 5월 타계 직전,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50년 지기(知己)'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만나 병상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한국의 에스테르하지(하이든의 후원자)'로 불릴 만큼 음악에 많은 애정을 쏟았고 2002년부터 통영국제음악회 이사장을 직접 맡기도 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통영국제음악제를 대신 책임져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전 총리는 박 전 명예회장과 예일대 대학원에서 4년간 함께 수학한 동문 사이다. 이 전 총리는 정치학을, 박 전 명예회장은 경제학을 각각 전공했다. 이 전 총리는 "박 회장 기숙사 방에 있는 오디오를 통해 LP 음반으로 클래식을 함께 들었던 것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 전 명예회장 타계 후, 통영국제음악회 이사장을 맡은 이홍구 전 총리가 친구의 유지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지난 29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전 총리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비견할 만한 전문 음악 홀을 통영에 지으려 하고 있으며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Gehry)에게 음악당 설계를 부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리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의 설계자로 유명하다. '9·11 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대지에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2010년까지 통영국제음악제를 이끌어갈 해외 음악 감독을 영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의 뜻을 이어서 통영을 '아시아의 루체른(스위스의 유명 음악제가 열리는 도시)'으로 가꿔가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