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29 09:05
'브레이크아웃'을 보고 나면 그들이 표방하는 ‘익스트림 댄스 코미디’라는 장르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국내는 물론 외국 비보이 배틀 대회에서도 우승한적 있는 프로댄서들이 펼치는 역동적인 댄스와 시종일관 웃게 만드는 채플린식 코미디는 말 그대로 ‘익스트림’. 특히 넌버벌 퍼포먼스는 대사에 큰 의미가 없는 만큼 표정 연기가 중요한데, 비보잉을 접목시킨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연기 특훈을 받았다는 그들의 모습은 더 이상 춤만 잘 추는 비보이가 아니다. 춤과 비트박스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비급을 역사적, 종교적 장면들과 접목시켜 코믹하게 풀어낸 영상을 오프닝과 극 중반에 삽입한 것도 인상적. 또한 무대 위에 장치된 커다란 책을 펼치는 오프닝과 배경이 바뀔 때마다 책장을 넘기는 듯한 무대변환은, 마치 무대 위의 모습이 책 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한다.
럼프, 그레이, 댄디, 트리키, 조커. 이들은 교도소에서 자신들이 정비하는 차를 타고 바다로 떠나는 꿈을 꾸는 조금 엉뚱하지만 유쾌한 죄수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책 한 권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닿기만 해도 그들의 몸을 이끄는 신비한 책의 힘에 이끌려 신체의 변화를 겪는 그들은 결국 교도소 탈옥을 감행. 병원으로 잠입한 다섯 명은 추적하는 경찰을 피하느라 온갖 고생을 겪게 되고, 그들이 꿈꾸고 동경하던 세계를 상상을 통해 경험한다. 성당에 도착한 그들은 수녀님들과 함께 평온함을 찾지만 어느 새 경찰의 헬리콥터들이 머리 위에 와있다. 점차 옥죄어오는 포위망 속에서 그들이 선택한 결말은 무엇일까?
'브레이크아웃'은 시종일관 웃음을 준다. 교도관을 골려먹는 장면도 조커가 바보같이 걸리는 장면도, 처음부터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춤을 추는 부분도 마찬가지. 웃기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열기에 휩쓸려 환호성과 함께 즐거운 웃음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 웃음이 멈추는 부분이 있다. 바로 헬기의 포위망에 갇혀 더 이상의 탈주가 불가능하게 된 그들이 쏟아내는 정열적인 댄스의 무대.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춤을 폭발시키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더 이상 웃지 않고, 자유를 향한 그들의 갈망을 애태우며 바라본다. 그들처럼 원하는 모든 것을 제약받는 죄수가 아닌데도 왜인지 그들이 바라는 자유를 함께 원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형태는 다를 지라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구속과 제약에 대해 자유롭고자 하는 욕구가 모두에게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자유의 형벌을 받았다’고 사르트르는 말했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인간존재의 무근거성에서 오는 숙명적인 부담이지만, '브레이크아웃'의 다섯 명은 감옥 탈출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보다 인간의 자유를 너무나 명확하게 인식했을지도 모른다.
사르트르는 내던져진 존재인 인간이 불안 속에서 자유의 의식을 가진다고 했는데, 그들에게 있어 자유는 저항과 장애물에 대항하는 인간실재의 의식 그 자체일 것이다. 자유를 그만둘 자유가 없는 그들은, 그래서 ‘브레이크아웃’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