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28 23:43 | 수정 : 2008.02.29 11:16
그래미상 '최우수 앨범상' 수상한 허비 행콕 인터뷰
"새로운 날이 열렸습니다(It's a new day)!"
지난 11일 미국 LA에서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앨범상을 받은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Hancock·68)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미 최고의 영예가 재즈 아티스트에게 돌아간 것은 무려 43년 만이었다. 칠순을 바라보는 노장의 환희에는 패기가 여전했다. 지난 22일 국제전화 너머로 들리는 그의 음성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
"정말 제가 최우수 앨범상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랬고요. 재즈 앨범이 그동안 은근히 외면 받고 무시 당해온 게 사실이잖아요. 이번 일은 음악계 전체의 발전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수상작 '리버(River)'는 포크록의 거장 조니 미첼의 노래를 노라 존스, 티나 터너, 레오너드 코엔 등 선후배 뮤지션과 함께 재해석한 앨범. 이 음반에서 힙합의 약진 속에 위축되고 소심해졌던 흑인 음악의 뿌리, 재즈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지난 11일 미국 LA에서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앨범상을 받은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Hancock·68)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미 최고의 영예가 재즈 아티스트에게 돌아간 것은 무려 43년 만이었다. 칠순을 바라보는 노장의 환희에는 패기가 여전했다. 지난 22일 국제전화 너머로 들리는 그의 음성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
"정말 제가 최우수 앨범상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랬고요. 재즈 앨범이 그동안 은근히 외면 받고 무시 당해온 게 사실이잖아요. 이번 일은 음악계 전체의 발전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수상작 '리버(River)'는 포크록의 거장 조니 미첼의 노래를 노라 존스, 티나 터너, 레오너드 코엔 등 선후배 뮤지션과 함께 재해석한 앨범. 이 음반에서 힙합의 약진 속에 위축되고 소심해졌던 흑인 음악의 뿌리, 재즈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행콕은 겸손하고 조심스러웠다. "내 앨범 말고도 이미 그래미에서 가치를 인정 받았어야 할 음악이 수없이 많다"고 했다. 그는 현대 재즈의 장르 개척자 마일스 데이비스의 '버스 오브 쿨(Birth of Cool)'과 '비치스 브루(Bitches Brew)'를 꼽았다. 행콕은 1963년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 몸 담으면서 본격적인 재즈 뮤지션으로 거듭났다.
"재즈의 대중적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자 그는 "인정한다"고 했다. "60~70년대에는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죠.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 같은 퓨전재즈 밴드의 인기는 여느 팝 스타 못지않았어요."
그는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조금 줄었다 해도 재즈는 문화와 인간성(humanity)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음악"이라고 말했다. "재즈 뮤지션은 서로 경쟁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나눕니다. 무대 위에서 온갖 현란한 즉흥 연주가 가능한 이유는 서로를 완벽하게 믿기 때문이지요. 인생의 아름다운 가치가 무대에서 실현되는 겁니다. 순간적인 연주에 의지하는 재즈는 그만큼 순수한 음악이죠."
허비 행콕은 자신의 그래미 수상을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와 연관시켜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흑인(버락 오바마)과 여성(힐러리 클린턴)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재즈 앨범이 43년 만에 그래미를 제패한 것이나 같은 맥락인 거죠.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들에 마음을 열고 있어요."
그는 버락 오바마의 팬이었다. '놀라운 사람(amazing person)'이라는 찬사로 시작해 한동안 그에 관해 이야기했다. "5년 전 오바마의 기금 마련 행사에 참석했다가 처음 인사를 하게 됐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고 인식의 틀이 유연했어요. 무엇보다 정직한 게 가장 큰 장점이죠. 그때 이미 '이 사람은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도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재즈를 좋아해 저도 좋아하지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젊은이들의 관심을 오랜만에 다시 정치로 돌렸다는 점에서 두 사람 공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