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26 09:11
연극 '블라인드 터치'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질문은 조금 철지난 화두일지 모른다. 수많은 작품들이 파격적인 주제와 세련된 표현으로 승부를 거는 현 시점에서 예술의 사회성을 논한다는 것은 자칫 촌스러운 논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슈를 무대로 끌어오는 일은 한국 연극에서 오랫동안 게을리 된 작업이며, 약간의 수혈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터. 연극 '블라인드 터치'는 한국 연극계에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사회성 짙은 연극이다.
한·일 문제적 연출가의 만남
'블라인드 터치'는 일본 내에서 ‘사회파 연극인’, ‘저널리스틱한 시점의 극작가’로 유명한 사카테 요지의 2002년 문제작이다. 실제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연극은 어려운 정치사회 문제를 담으면서도 부부 간의 미묘한 심리적 흐름을 예리하게 포착, 시대에 따른 사랑의 다채로운 결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사카테 요지는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통해 시대를 응시하는 날카로운 시각과 진지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대중의 인정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일본 연출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제적 연출가 김광보와 그의 만남은 그런 면에서 분명 주목할 만하다.
격변기 속에 피어나는 사랑
'블라인드 터치' 라는 2인조 피아노 밴드에서 활동하다 ‘일-미 양국 정부의 오키나와 반환협정 반대시위’에 참가한 남자는 동료 우에노와 함께 시위 주동자로 몰려 교도소에서 수감된 후 28년을 보낸다. 한편 자신의 석방을 돕는 연상의 여자와 옥중 결혼하게 된 그는 그녀의 도움으로 감형 판결을 받고, 그녀의 집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결혼 16년 만에 처음으로 단 둘이 있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열여섯이란 햇수가 무색하리만큼 서로를 낯설어하는 그들. 28년 세월의 공백과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고조되는 두 남녀의 은근한 실랑이는 어느새 격렬한 욕정으로 바뀌게 되는데…….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배우 윤소정과 이남희가 연상연하 부부로 출연하여 노련한 앙상블 연기를 보여준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