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 돌아왔다

  • 조선닷컴

입력 : 2008.02.24 15:35 | 수정 : 2008.02.24 15:50

황정민이 돌아왔다. 뮤지컬 ‘나인’으로 4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 것. 월간 톱클래스 3월호가 무대로 돌아온 황정민을 인터뷰했다.


“무대에 있으면 배우의 모든 에너지가 관객에게 직접 전달되고 관객들의 반응도 곧바로 돌아와요. 정말 귀한 느낌이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세포가 2시간30분 동안 탱탱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으니까요.”


황정민은 영화계에서 이름을 날리기 전 이미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려진 편이었다.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가 2001년 말 공연된 록 뮤지컬 ‘토미’. 자기 속으로 웅크린 자폐 청년 역의 황정민이 보여준 섬세함과 에너지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그러나 그가 영화로 먼저 입문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가 사실은 고3 재학 중인가 재수할 땐가 오디션을 보고 ‘장군의 아들’에 출연했어요. 우미관 지배인 역할이었는데 대사가 딱 한 마디였죠. 지금도 잊지 못해요. 김두한 일행이 우미관에 들이닥치면 ‘마루오카 형사님이 생신이셔서’라고 말하면 되는 거였는데, 무지 연습하고 들어갔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 떨리기 시작하는 거에요. ‘마, 마, 마루오카 형, 형사님’. 계속 더듬으니까 임권택 감독님이 ‘쟤는 뭐야!’라고 불호령 치시던 게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그는 서울예대 진학·졸업한 후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영화계에 노크 횟수도 늘려갔다. 영화주간지에 ‘캐스팅 중’ 혹은 ‘기획 중’이라고 나온 영화목록을 죄다 수첩에 적어 연방 전화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친구’, ‘번지점프를 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 수십 편에서 오디션을 봤으나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연극계에서 연봉 300만원을 받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만난 게 ‘와이키키 브라더스’. 영화사로부터 “같이 한 번 해보자”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뛸 듯이 기뻤다”고 했다. 2000년 당시 오디션에서 황정민을 발견한 임순례 감독은 그를 “마치 보석으로 깎기 전의 거친 원석 같았다”고 평했다. 이후 ‘바람난 가족’, ‘너는 내 운명’ 등에 출연하면서 그는 승승장구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은 총 15편. 그 결과 지난해 ‘씨네21’에서 조사한 파워 톱10의 배우 중 지난 8년간 가장 많은 편수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 뽑히기도 했다. 출연편수로 치자면 송강호가 그와 비슷한 12편이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기란 뭘까?


“실제의 황정민을 아예 지워 내고 캐릭터만 오롯이 살아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인물에 거리를 두지 않고 캐릭터에서 황정민이라는 사람을 전혀 들춰내지 않는, 그 역할만으로 존재하는 배우. 아예 저를 비워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생결단’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류승범에 따르면 황정민은 영화가 시작될 때마다 콘티와 시나리오를 머리 맡에 놓고 밤새 잠 못 이룬다고 했다. 꼭 연기노트 한 권씩을 마련, 써내려 가는 습관은 유명하다. 배역은 없어도 연습을 놓지 않았다는 무명 연극배우 시절의 모습, ‘초심’ 그대로다.


※자세한 내용은 톱클래스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