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라, 노트르담을 둘러싼 참혹한 욕망의 서사시

  • scene PLAYBILL guest editor 양창모

입력 : 2008.02.21 09:03

‘대성당들의 시대’가 우리말로 찾아온다고? 열혈 관객들은 흥분과 우려가 교차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특징을 봤을 때 당연히 가질만한 흥분이요, 우려다. 대사 없이 54곡의 노래로만 진행되는 ‘감미로운 멜로디의 힘’에 기대어 흥분할 만하고, 시적인 표현을 리듬감 있게 풀어내는 ‘섬세한 원작의 노랫말’에 기대어 우려할 만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을 기억하라. 작품의 가치는 언어가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

당연히, 파리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교 프롤로는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를 본 후 욕정에 사로잡힌다. 그는 자신이 키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라고 지시한다. 이를 근위대장 페뷔스가 제지하고 콰지모도는 체포되어 조롱당하는데, 목마른 자신에게 물을 준 에스메랄다에게 순정을 품는다. 한편 약혼녀가 있는 페뷔스는 에스메랄다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프롤로는 질투에 눈 멀어 그를 칼로 찌른 후 에스메랄다에게 누명을 씌운다.


인간의 본질을 우아하게 파헤치는, 생생한 ‘예술적 정신’

오리지널 공연을 그대로 재현한 무대는 현란한 조명과 역동적인 군무, 치밀한 연출로 관객들의 심장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거리의 방랑자들이 성당으로 돌진할 때, 마을 사람들이 ‘미치광이들의 교황’을 뽑으며 축제를 벌일 때, 보는 이들은 눈을 깜박거리기도 싫은 심정이 된다.


그런데 혹시 당신, 콰지모도가 어려움을 뚫고 에스메랄다와 사랑하게 되는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건 아닌지. '노트르담 드 파리'는 다른 뮤지컬이 쉽게 택하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유유히 피해간다. 무릇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은 남녀 간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는 데 머물지 않고, 인간의 원초적 모순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사랑과 증오, 선과 악을 평면적으로 대비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은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세 남자의 ‘마음 속 충돌’을 보여주는 데 힘쓴다. 무대 위 모두의 고뇌와 번민을 웅장하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비추는 이 뮤지컬은 차라리 ‘욕망에 대한 치열한 서사시’라고 부를 만하다. 우리들의 가슴에 우아하게 돌진하는 그 시는 참혹하게 아름답고, 참혹해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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