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20 09:14
연극 '과학하는 마음3 - 발칸동물원 편'의 배우 이화룡
연극 '삼등병',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 '과학하는 마음1 - 진화하는 오후 편'(이하 진화하는 오후) 등을 통해 연출가 성기웅과의 작업을 지속해온 그가 최근 또 한 번 성기웅과 인연을 맺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연출가의 다급한 부름에 그가 달려갔다는 표현이 맞겠다. 2년 전 이미 한 차례 공연된 바 있는 '과학하는 마음3 - 발칸동물원 편'(이하 발칸동물원)의 재공연 무대에 출연할 배우 한 명이 갑자기 필요하게 된 것.
'발칸동물원'은 일본의 한 생물학 연구소를 배경으로 젊은 과학도들의 일상을 그린 연극으로, 동시다발적인 대화가 많고, 동선도 복잡해 상대 배우들과의 충분한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그리고 연출가는 짧은 기간 내에 새 작품에 빠르게 적응할 배우로 서슴없이 이화룡을 꼽았다. 아마도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자연스러운 그의 연기가 일상성이 중시되는 이 작품에 적격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새로운 멤버는 저 하나에요. 잘됐던 작품이니만큼 올해 안 되면 모두 제 책임이라 할 수 있죠.(웃음) '진화하는 오후'가 과학하는 ‘사람’에 집중했다면 '발칸동물원'은 보다 ‘과학’에 초점을 맞춘, 과학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과학도들은 생각도 특이하게 하고, 말도 늘 합리적으로 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사소한 일에 삐지고 연애도 하는 보통 사람들이죠.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것도 결국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번역 투의 대사가 거슬리진 않느냐는 말에 ‘약간의 위화감이 있어야 객관적으로 보이고, 그것이 관객과의 거리두기를 중시하는 작품의 방향하고도 맞는 것 아니겠냐’고 명쾌히 대답하는 그. 넉살 좋은 웃음 너머로 언뜻언뜻 비치는 명민함은 그가 예사 배우가 아님을 짐작케 했다.
“기회만 된다면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의 시인 이상(李箱)과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물론 극 중에선 구보의 조력자로서 기능적인 역할이 더 부각되긴 했지만, 그 날카로운 천재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네요.” 다시 ‘도전하고’ 싶은 역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화룡은 다시 ‘만나보고’ 싶은 역은 이것이라고 답했다. 천부적인 감성을 가진 이가 비단 이상(李箱) 뿐이 아니라는 걸 그는 알고 있을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