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18 02:22
[박해현 기자의 컬쳐 메일]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주인공만 다섯 번이나 열연한 유씨의 이메일 주소는 hamlet2005로 시작합니다. 지난 2005년 한번 더 햄릿으로 무대에 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현실이란 극장은 그에게 다른 배역을 요구했고, 급기야 새 정부의 문화부장관으로 내정됐습니다. 이해랑 연극상, 영화평론가상, 방송연기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쌓은 새 문화부 장관 내정자에게 거는 문화계의 기대가 작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인 유씨의 입각을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계에도 만연했던 '편 가르기식 인사'에 대한 악몽 때문입니다. 새 문화부장관은 '노사모' 출신 문화인들이 우대 받은 시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합니다. 햄릿을 연기한 새 문화부장관 내정자에게 주어진 대사는 이런 겁니다. '문화냐 코드냐 그것이 문제로다.'
새 문화부 장관에게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일도 있습니다.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문화재 보존 정책의 새 청사진을 제시하는 겁니다. 유인촌 내정자는 신년 초 혜화문에서 성북동, 삼청동, 숙정문, 세검정을 거쳐 사직공원까지 걸으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생하는 '서울문화지도'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새 문화부장관 내정자의 마음 속에는 이러저러한 꿈이 들어있을 겁니다. 문제는 햄릿의 대사 '그 꿈이 어떤 것이냐'라는 것보다 어떻게 그 꿈을 실현하느냐라는 겁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는 햄릿의 독백은, 1603년 판본에 다르게 적혀있습니다. 'To be or not to be―ay, that's the point'(죽느냐 사느냐―그래 거기에 핵심이 있다)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햄릿이 책에서 '죽느냐 사느냐'란 대목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객석을 향해 '그래 거기에 핵심이 있다'고 말했답니다. 햄릿이 독백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지속적으로 대화한다는 겁니다.
유 내정자는 그렇게 국민의 문화 향수권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야합니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문화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고민하는 햄릿의 문화정책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