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11 01:40
32개의 가면을 번갈아 얼굴에 쓰는 김성녀의 연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사진작가 16인의 '새로운 탐색' 전시, 이명랑의 신작 소설 '날라리…'. 조선일보 문화부가 매주 월요일 아침 배달하는 '이번 주 문화 상차림'의 코스 요리입니다. 이 문화 체험 시나리오 중 일부만이라도 스케줄 안에 넣어두시면 여러분의 일주일이 달라집니다.
아버지가 40년간 숨어지내야 했던 가정,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는 딸의 이야기로 1940~90년대 한국이 배경이다. 32개의 헛것(배역)을 가로지르는 김성녀는 '없지만 있는' 인물들과 에너지를 주고받고 몸을 부대낀다. �방�방 빗방울 같은 소녀부터 능글맞은 건달까지 놀라운 변신술, 목소리의 변주가 두드러지고 방점이 필요할 땐 묵직한 감정으로 객석을 흔든다. 14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수·목요일엔 오후 2시 공연도 있다. (02)747-5161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예술의전당이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김선욱(20)을 기념 음악회에 초청했다. 15·1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에서 이틀 연속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공연장에게도, 연주자에게도 모두 '성인 신고식'이 되는 셈이다. 이달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는 김선욱은 세계적 매니지먼트 회사 아스코나스 홀트와의 전속 계약을 앞두고도 학교 연습실에서 협연 준비에 한창이다. 재일(在日) 지휘자로 최근 울산시향 상임 지휘자에 취임한 김홍재가 KBS 교향악단을 지휘한다. 소프라노 신영옥은 오페라 '라크메' 가운데 '종의 노래' 등을 부른다. (02)580-1300
취향과 지향과 이력이 다양한 작가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장점이다. 바닷가 모래밭에 놓인 여행가방 속에 푸릇푸릇한 풀이 잔뜩 돋아난 작품(이민호의 '포터블 랜스케이프 18')과 선글라스를 씬 신여성 수십명이 일제시대 풍 드라마 세트장에서 춤추는 작품(난다의 '발리우드식 군무')이 함께 걸리는 식이다.
전시기획자 김남진(51)씨는 "도시 공간을 찍은 작품이 최근 한국 사진계의 대세였다면, 이번 전시는 거기서 한발 비켜서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26일까지. (02)720-8488
'꽃을 던지고 싶다' '삼오식당' 등의 작품을 통해 영등포 시장을 문학공간으로 불러 들인 소설가 이명랑(35)이 시장 밖으로 뛰쳐나와 여고생들 속으로 뛰어든다. 그녀의 신작 장편 '날라리 ON THE PINK'(세계사)는 제목처럼 '날라리'로 천방지축 쏘다니고 망아지처럼 날뛰는 10대 여고생들의 좌충우돌 성장담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여고 시절로 돌아가지 않고 요즘 10대들의 일상을 직접 취재했다. 여고생들의 걸쭉한 입담과 적나라한 음담패설이 낭자하게 펼쳐지지만 과장된 몸짓 이면에 숨은 요즘 10대들의 공허한 내면도 함께 포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