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05 02:42 | 수정 : 2008.02.05 04:21
한국 발레가 2002년 이후 줄곧 수상했던 로잔발레콩쿠르에서 올해 쓴 잔을 마셨다. 3일(한국시각 4일) 스위스 로잔의 보리외(Beaulieu)극장에서 폐막한 제36회 로잔콩쿠르에서 한국참가자 중 유일하게 결승에 오른 양채은(16·선화예고1년)양마저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 3년간 로잔에서 전체 수상자 18명 중 6명을 배출한 한국으로서는 충격적인 결과다.
올해 로잔은 '발레리노 약진의 해'로 기록됐다. 그랑프리를 차지한 알렉스 마르티네즈(스페인)를 포함해 전체 위너(winner·입상자) 7명 중 4명이 남자였다. 결승 진출자만 봐도 여자가 53명 중 10명에 그친 데 반해 남자는 22명 중 11명이나 올라 '발레리노 강세'는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이 결과는 올 초 병역법 시행령 일부 개정(국내발레콩쿠르의 병역혜택을 폐지하고 국제콩쿠르 2위 이상 입상자만 인정)으로 시끄러운 무용계엔 더 아픈 소식일 것 같다. 2000년대 들어 국제콩쿠르 시상식에서 자주 호명될 만큼 성장한 우리 발레리나들과 달리 발레리노들의 실력은 수상권에서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서울예고의 경우 발레 전공자는 한 학년에 20명 남짓인데 남자는 1~3명이고 없을 때도 있다. 전국적으로 발레를 하는 남녀 학생 비율은 최소 1대 10, 많게는 1대 20까지 갈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로잔콩쿠르 본선에 온 유일한 한국인 남학생(이유홍)도 국내가 아니라 중국 베이징무용학교 유학생이었다. 이군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발레 배우는 학생은 극소수인 데다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아 일찌감치 중국에 보냈다"고 말했다. 스폰서가 줄어들어 재정난을 겪고 있는 로잔콩쿠르는 2010년쯤엔 '로잔콩쿠르 in 베이징'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열릴지도 모른다. 로잔콩쿠르 사무국은 이미 이 문제를 중국측과 협상 중이다.
올해 로잔은 '발레리노 약진의 해'로 기록됐다. 그랑프리를 차지한 알렉스 마르티네즈(스페인)를 포함해 전체 위너(winner·입상자) 7명 중 4명이 남자였다. 결승 진출자만 봐도 여자가 53명 중 10명에 그친 데 반해 남자는 22명 중 11명이나 올라 '발레리노 강세'는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이 결과는 올 초 병역법 시행령 일부 개정(국내발레콩쿠르의 병역혜택을 폐지하고 국제콩쿠르 2위 이상 입상자만 인정)으로 시끄러운 무용계엔 더 아픈 소식일 것 같다. 2000년대 들어 국제콩쿠르 시상식에서 자주 호명될 만큼 성장한 우리 발레리나들과 달리 발레리노들의 실력은 수상권에서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서울예고의 경우 발레 전공자는 한 학년에 20명 남짓인데 남자는 1~3명이고 없을 때도 있다. 전국적으로 발레를 하는 남녀 학생 비율은 최소 1대 10, 많게는 1대 20까지 갈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로잔콩쿠르 본선에 온 유일한 한국인 남학생(이유홍)도 국내가 아니라 중국 베이징무용학교 유학생이었다. 이군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발레 배우는 학생은 극소수인 데다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아 일찌감치 중국에 보냈다"고 말했다. 스폰서가 줄어들어 재정난을 겪고 있는 로잔콩쿠르는 2010년쯤엔 '로잔콩쿠르 in 베이징'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열릴지도 모른다. 로잔콩쿠르 사무국은 이미 이 문제를 중국측과 협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역특례 원상 복구하지 않으면 공연 거부도 불사하겠다"고 외치는 우리 무용계의 풍경은 더 우울하다.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입상할 만한 인재가 없다는 위기의식, 군복무를 하고 나면 섬세한 발레 근육을 재활시키기 어렵다고 무용계는 주장한다. 하지만 20년 넘게 병역혜택을 누린 무용계는 오늘날 발레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왜 여전히 적은지, 병역특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왜 곱지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몸에서 출발해 몸으로 완성되는 발레는 야구나 바둑과는 다르다. 군무대(軍舞隊)도 없는 상황에서 "군대 가기 싫으면 국제대회 가서 입상하면 되지 않느냐"는 병무청의 입장은 단순한 '성적지상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로잔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함부르크발레단 예술감독)는 기자회견장에서 "경연(competition)을 믿지 않는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 "무용콩쿠르는 달리기나 높이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무용수를 판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콩쿠르의 강점은 무용수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병무청과 무용인들이 들어야 할 말 같았다. 무용인들은 맹목적인 저항보다는 이번 법개정을 이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쪽이 더 현명할지 모른다. 병무청도 국제콩쿠르는 객관적일 것이라는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 로잔에서는 "최근 입상자가 많았던 한국과 중국이 올해 '역차별'을 받았다"는 말이 돌았다.
물론 몸에서 출발해 몸으로 완성되는 발레는 야구나 바둑과는 다르다. 군무대(軍舞隊)도 없는 상황에서 "군대 가기 싫으면 국제대회 가서 입상하면 되지 않느냐"는 병무청의 입장은 단순한 '성적지상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로잔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함부르크발레단 예술감독)는 기자회견장에서 "경연(competition)을 믿지 않는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 "무용콩쿠르는 달리기나 높이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무용수를 판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콩쿠르의 강점은 무용수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병무청과 무용인들이 들어야 할 말 같았다. 무용인들은 맹목적인 저항보다는 이번 법개정을 이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쪽이 더 현명할지 모른다. 병무청도 국제콩쿠르는 객관적일 것이라는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 로잔에서는 "최근 입상자가 많았던 한국과 중국이 올해 '역차별'을 받았다"는 말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