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공연장의 에티켓

  • 양창섭·서울시향 홍보마케팅팀 과장

입력 : 2008.02.02 02:42

지난해 10월 서울시향의 유엔본부 공연과 해외 오디션을 위해 뉴욕에 갔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도착 당일 저녁 링컨센터에서 열렸던 런던 심포니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80세의 나이를 잊은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가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1악장을 끝내자 여기저기서 짤막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악장 중간 박수'는 최근 서울의 공연장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곡이라면 그 전부를 하나로 보아서 전곡이 끝난 뒤 박수를 쳐야 한다는 에티켓이 거의 정착됐다.

최근에는 장송곡(레퀴엠)이나 죽음을 묘사한 슬픈 음악이 끝난 뒤에는 한동안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더 수준 높은 에티켓도 있다. 남자 성악가에게는 '브라보'를, 여자 성악가에게는 '브라바'를, 합창단이 노래를 잘 불렀다면 '브라비'를 외쳐야 한다.

에티켓은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각자 지키면 서로가 편한 일종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억압이 되고 스트레스가 된다. 공연장에 가져와야 할 것은 단순히 '에티켓의 백과사전'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면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게 된다.

1979년 지휘자 귄터 반트가 어느 성당에서 브루크너 9번을 연주했을 때의 일화다. 3500여 명의 관객들은 공연 중에는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박수를 치지 않고 10분간이나 조용히 앉아 있었다고 한다. 뉴욕 시민이 런던 심포니에 보낸 악장 사이의 박수도, 귄터 반트의 연주를 들은 3500명의 침묵도 모두 교감의 산물이었다고 믿는다.



2월 '일사일언'은 양창섭씨를 비롯, 유희경 2008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신병주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 김의준 SSD 대표가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