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허락한 재능… 신에게 다시 바쳐요"

입력 : 2008.01.31 02:36

성 토마스 교회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빌러 인터뷰

열 살 소년은 성 토마스 교회에서 바흐의 곡을 부르는 것이 꿈이었다. 그 해 교회 합창단에 들어가서 소프라노를 맡았다. 세월이 흐르고 음역은 바리톤까지 내려갔지만, 그는 여전히 교회를 지키고 있다. 바흐가 재직했던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 감독(칸토르)을 이어가고 있는 지휘자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Biller·53)다. 바흐로부터 16번째 이 교회 합창단의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바흐의 후예'다.

빌러는 성 토마스 교회에서 당시 음악 감독이었던 에르하르트 마우에르스베르거 등의 조수 역할을 맡으며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 그는 "당시 리허설을 준비하고 건반 반주를 하면서 지휘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합창 지휘자를 거쳐 1992년 이 합창단 지휘자로 돌아왔다.
지휘자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성 토마스 교회 제공

그가 교회 합창단원으로 노래할 당시, 라이프치히는 공산주의 동독의 치하에 있었다. 빌러는 당시 성 토마스 교회가 일종의 '섬'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바흐는 독일의 문화를 상징하는데다 정치적인 이슈와 연관이 없기에 공산 정권도 연주를 허락했어요. 사람들은 바흐의 음악을 듣기 위해 이 곳에 모여들었고 마음 놓고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지요."

그는 10~18세의 소년 96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지휘하는 동시에, 합창을 이끌어 가는 선창(先唱) 역할도 한다.

250여 년 전의 바흐처럼 스스로 종교 곡을 작곡하고 연주하기도 한다. 그는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음악적 재능을 다시 신을 위해 쓰는 것이 바흐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정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