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으로, 입술로… 두 음을 한꺼번에"

  • 도쿄=한현우 기자

입력 : 2008.01.22 23:43

25·27일 내한공연 갖는 목소리의 마술사 바비 맥퍼린
"가야금 음색으로도 색다른 소리 만들 수 있어"

"오, 노! 마이 갓, 댓츠 그레이트!(아뇨, 참 내, 대단하구만요)"

세계 최고의 아카펠라 가수 바비 맥퍼린(Mcferrin·58)은 "세 음(音)을 동시에 내는 비법을 티벳 승려한테서 배웠다면서요?" 하는 물음에 황당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진실과 상관없이 그렇게 두루 알려져 왔다. 그가 말을 이었다. "두 음을 한꺼번에 냅니다. 허밍(humming)하면서 목청으로 한 음, 입술을 떨어 다른 음을 내죠. 이건 1970년대 말에 노래 연습 하다가 혼자 발명한 거예요. 세 음은 그렇다 치고, 도대체 티벳 승려는 왜 튀어나온 거지?" 그가 한참이나 웃어서, 질문한 쪽이 머쓱해졌다.

지난 2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區)의 트라이포니홀에서 리허설을 마친 맥퍼린을 만났다. 그는 22, 23일 일본 공연을 마치고 25, 2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빅 히트곡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로 잘 알려진 그는 성대만을 이용해 온갖 현란한 노래와 음향을 무대 즉석에서 만들어 부른다. 지난 2004년 첫 내한무대에서 그는 동시에 두세 명이 노래하는 듯 신기(神技)에 가까운 재능을 확인해줬다.
지난 21일 일본 공연을 앞두고 도쿄 트라이포니홀에서 인터뷰에 응한 바비 맥퍼린. 그는“한국 관객들이 무척 열광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도쿄=한현우 기자
"세계에 언어가 수천 개는 있겠지요. 그만큼 많은 종류의 언어로 만들 수 있는 사운드가 무궁무진할 테고, 나는 그걸 내 목청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의 아카펠라에 대한 그의 말이다. 4개 옥타브를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맥퍼린의 작곡은 4개 옥타브 안에서 역시 자유롭다. 그는 그래미상을 10번이나 받았고,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 허비 행콕과 각각 협연했으며, 첼리스트 요요 마와도 음반을 만들었다. 1990년부터 오케스트라 지휘에도 재능을 발휘해,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을 지휘해 왔다.

"교향악단 지휘는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늘 뭔가에 도전해 왔고, 지휘는 고교 시절부터 해보고 싶었어요. 지휘에 몰두하다 보면 무아지경이 되는(transcending and completely lost) 순간이 있습니다. 위험할 정도로 짜릿한 경험이죠." 그는 "그렇지만 나는 노래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지휘는 '내 두 손으로 노래하는 것'이며 굳이 말하자면 취미의 하나"라고 했다.

2003년 작 '비욘드 워즈(Beyond Words)' 이후 새 음반이 없는 그에게 앨범작업에 대해 물었다. "새 음반은 5년째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합창단과 함께 하는 음반이죠. 작업이 빨리 된다면, 아마도 올 가을쯤 나올 겁니다."

22일 일본 공연에서 그는 뉴저팬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번스타인 '캉디드 서곡',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등을 지휘했다. 초반은 오케스트라 공연과 다를 바 없었으나, 악단이 퇴장하고 그 혼자 마이크를 잡으면서 무대는 흥미진진해졌다. 맥퍼린은 구노의 '아베마리아' 피아노 반주를 아카펠라로 부르며 관객의 노래를 유도했다. 커튼콜은 무려 7회. 마지막 커튼콜 땐 관객들과 즉석 대화를 했다. "'돈 워리, 비 해피'를 왜 안 부르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미 500조번이나 불렀기 때문"이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한국에서 그는 바로크음악단 '카메라타 안티콰서울', 첼리스트 송영훈과 함께 바흐와 비발디 등을 들려주고, 가야금 주자 고지연과도 협연한다. 맥퍼린은 "가야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모른다"며 "그렇지만 분명히 색다른 걸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문의 (02)586-2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