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23 08:06
비보이 퍼포먼스 '브레이크 아웃'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비보이 퍼포먼스들의 ‘참을 수 없는 허술함’을. 창작의 치열한 정신은 빼놓은 채, 기존의 공연 구조에 ‘무대를 모르는’ 비보이를 삽입시킨 일련의 공연들을. 저항적 인디문화로 시작된 비보이의 정신은 사라졌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장사꾼이 그 빈자리를 꿰찼다. 이쯤에서 얘기해보자. '브레이크 아웃'은 비보이 공연 '피크닉'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것을. 그러니 알 만한 사람은 또 알 것이다. 이 공연, 뭔가 다르다.
럼프, 그레이, 댄디, 트리키, 조우커. 이 5명의 인물들은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죄수들이다. 지루한 일상을 보내며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한 권의 비급(??)을 발견한다. 믿기 어려운 신체의 변화를 겪는 그들은 탈주를 시도하고, 추적하는 경찰을 피해 좌충우돌하기 시작한다.
‘댄서’가 아니라 ‘배우’를 본다! 플롯에 맞는 그들의 몸짓
연기력. 이는 '브레이크 아웃'이 다른 비보이 공연들보다 더 평가받아야 할 가장 큰 이유다. 물론 무대 위 출연진들은 여러 비보이 배틀에서 우승을 거머쥔, 실력 있는 비보이 댄서들이다. 주목할 점은, 무대 위 그들이 ‘댄서’가 아니라 ‘배우’로 보인다는 데 있다. 출연진들은 이 무대가 장기자랑의 장이 아님을 파악하고 있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몸의 언어’를 스토리에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몸짓은 플롯과 유기적으로 결합된다.
'브레이크 아웃'은 기본적으로 코미디다. 비급에 적힌 내용을 설명하는 초반부 영상은,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여러 역사들을 비보잉과 재치 있게 연결시켜 웃음을 자아낸다. 죄수들이 감옥에서 체조를 할 때 교도관을 놀리는 장면에서는 찰리 채플린이 연상되기도 한다. 후반부 들어 이야기가 늘어지는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그 허물은 공연이 관객들에게 건네주는 여러 즐거움에 비해선 작아 보인다. 그리고 공연이 지니는 또 하나의 힘이 있다. 제목인 ‘브레이크 아웃’(breakout)은 ‘탈주, 탈옥’을 의미한다. 비보잉의 대표적 정신 또한 ‘해방, 탈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를 갈망하는 죄수들과, 여전히 편견 속에 갇혀있는 비보이들은 겹쳐진다. 탈옥중인 죄수들이 환상 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은 그래서 울림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 아웃'은 비보이 공연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하나의 이정표로 보인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