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17 01:37 | 수정 : 2008.01.17 02:00
뮤지컬 '마법천자문' 내달 2일 개막
850만부 팔린 학습 만화가 원작
"이해 쉬우면서 교육적 장점 살려"

"불어라, 바람 풍(風)!" "손오공, 위험해! 막을 방(防)!"
벽을 뚫고 나온 주문(呪文)이 복도에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묵직한 철문을 열고 들어간 뮤지컬 '마법천자문'(연출 김진만) 연습실엔 만화책에서 막 빠져나온 것 같은 캐릭터들이 그득했다. 별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한 손오공은 공중제비를 돌고, 옥동자는 팔을 내뻗으며 장풍을 날렸다. 다른 쪽에서는 무리를 지어 노래와 춤 연습이 한창이었다.
뮤지컬 '마법천자문'은 2003년 말 출판돼 15권까지 나오며 850만부가 팔린 학습 만화 '마법천자문'(아울북·사진 위)을 원작으로 삼아 제작됐다. 서유기(西遊記)에서 이야기를 가져온 이 만화책엔 권당 20개의 한자 마법이 등장한다. 가령 혼세마왕이 "따끔한 맛을 보여주마! 불 화(火)!"하고 공격하면, 삼장이 "물 수(水)!"로 받아치는 식이다. 자연스러운 한자 학습효과로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 특히 인기를 끈 '마법천자문'은 캐릭터를 이용한 전시, 게임, 음료 등 파생상품에 이어 이번엔 뮤지컬로 뻗어나간 것이다.
그렇다면 공연은 어떤 방식으로 한자를 표현할까? 천둥 번개가 치고 하늘 천(天), 땅 지(地)에 이어 사람 인(人)이 새겨지면 바위가 쪼개지며 손오공이 나오는 첫 장면부터 한자가 등장한다. 영상과 조명을 이용해 무대 여기저기에 한자를 쏘고, 배우들이 몸으로 만드는 한자도 있다. "날 일(日), 해가 뜬다/ 달 월(月), 달이 뜬다/ 둘이 합치면 밝을 명(明)~"처럼 한자의 음과 훈, 형성자의 원리를 담은 노래도 흐른다.

뮤지컬의 이야기는 출판된 만화책 15권을 압축하며 무대언어화할 수 있는 장면들을 보강했다. 의상과 분장도 만화에 가깝고, 16곡의 노래가 이야기 진행을 돕는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혼세마왕과 손오공의 대결엔 박진감 있는 공중 와이어액션을 쓴다. 우슈(중국 전통 무술) 전문 배우가 참여하는 대형 결투, 배울 학(學)자를 퍼즐 맞추기 방식으로 만드는 장면, 물이나 불의 이미지를 무용으로 표현하는 대목도 볼거리다.
'큐빅스의 대모험' '판도라의 날씨 상자' 등 어린이 공연을 만들었던 연출가 김진만은 "뮤지컬엔 한자 50여개가 등장한다"며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을 배려하면서 교육적인 장점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적당한 관객 연령대는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다.
▶2월 2일부터 3월 1일까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