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17 01:42
[클래식 ABC]
오페라 공연이 한 상 가득 차린 정식 요리라면, 갈라(gala) 콘서트는 입맛 따라 이것저것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에 가깝습니다. 음악의 미식가들은 대체로 오페라 공연에 비해 갈라 콘서트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양가와 맛이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 건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결승전을 앞두고 베를린의 야외 무대인 발트뷔네에서 화려한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스리 테너(three tenor) 가운데 하나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남녀 성악가인 롤란도 빌라존(테너)과 안나 네트렙코(소프라노)가 나란히 한 무대에 선 것입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스리 테너' 콘서트를 열었던 도밍고가 16년 뒤에는 30세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 가수들과 함께 노래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회색 수염을 기른 도밍고는 자신의 최고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인 '오텔로'(베르디)의 이중창을 네트렙코와 열창합니다. 네트렙코는 부인 데스데모나 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딸에 가까워 보이지만, 나이를 건너뛴 앙상블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비제의 '진주조개잡이' 가운데 이중창을 함께 부르는 빌라존은 어릴 적 도밍고를 모델로 삼으며 성악의 꿈을 키웠습니다. 이 갈라 콘서트 실황이 '베를린 콘서트'(도이치그라모폰)라는 영상(DVD)으로 출시됐습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결승전을 앞두고 베를린의 야외 무대인 발트뷔네에서 화려한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스리 테너(three tenor) 가운데 하나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남녀 성악가인 롤란도 빌라존(테너)과 안나 네트렙코(소프라노)가 나란히 한 무대에 선 것입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스리 테너' 콘서트를 열었던 도밍고가 16년 뒤에는 30세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 가수들과 함께 노래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회색 수염을 기른 도밍고는 자신의 최고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인 '오텔로'(베르디)의 이중창을 네트렙코와 열창합니다. 네트렙코는 부인 데스데모나 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딸에 가까워 보이지만, 나이를 건너뛴 앙상블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비제의 '진주조개잡이' 가운데 이중창을 함께 부르는 빌라존은 어릴 적 도밍고를 모델로 삼으며 성악의 꿈을 키웠습니다. 이 갈라 콘서트 실황이 '베를린 콘서트'(도이치그라모폰)라는 영상(DVD)으로 출시됐습니다.
실내 공연장과는 달리 2만 명의 관객이 모여든 야외 무대에서 노래하기 위해선 마이크가 어쩌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네트렙코는 팝 가수처럼 마이크를 붙잡고 '라 보엠' 가운데 '무제타의 왈츠'를 부르다가 한걸음씩 마이크로부터 벗어납니다. 진정한 오페라 가수는 마이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 통한 걸까요. 2만명의 관객이 내뿜는 열기도 축구 못지않게 뜨겁습니다.
지난해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렸던 오페라 갈라 콘서트도 영상물(DVD)로 최근 소개됐습니다. 레하르의 '내 입술, 그 입맞춤은 뜨겁고'에서 네트렙코는 꽃다발을 들고 열창하더니, 한 송이씩 뽑아서 남성 관객들에게 던져줍니다. '21세기의 칼라스'는 이어서 구두를 벗어 던진 뒤 치마를 흔들고 춤추며 무대를 누비고, 오케스트라 악장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정 공세를 퍼붓습니다. 객석의 환호와 박수 소리도 더불어 커져갑니다.
라몬 바르가스(테너)와 네트렙코가 서로 얼굴이 닿을 듯 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손을 맞잡고 부르는 '라 보엠'의 이중창 '오 아름다운 아가씨'에 이어, 출연진 4명이 모두 등장해서 부르는 오페라 '리골레토'(베르디)의 4중창에서 공연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두 공연 모두 앙코르의 마지막은 '축배의 노래'로 장식합니다.
갈라 콘서트의 골라 듣는 재미는 뷔페의 골라 먹는 재미에 못지않습니다. 전곡이나 전막(全幕) 공연을 으뜸으로 삼는 음악의 '원칙주의자'들도 이 정도의 갈라 콘서트라면 흐뭇한 미소를 보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