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15 13:07
'속박' 벗고 '자유' 입다
별오름극장 새둥지서 모노드라마 형식 실험무대
국내 초연 '겨울…' '테오에게…' 신선한 충격
요즘 연극계의 시선은 남산을 향하고 있다. 국립극단의 작지만 의미있는 시도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오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70석 규모의 아담한 이 극장은 중견배우 김종구가 내뿜는 열기로 하나가 됐다. '스튜디오 배우열전'의 두번째 작품인 모노드라마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므땅 아르디티 작, 김종구 이현주 공동연출). 지난 82년 국립극단에 입단한 김종구는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됐고, 객석은 그의 몸을 빌어 되살아난 한 천재의 광기와 아픔에 마른 침을 삼키며 탄성을 삭였다.
'배우열전' 첫 작품인 재일교포 작가 정의신의 '겨울 해바라기'(연출 이상직) 역시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소외된 인물들의 상처와 아픔, 그 치유과정을 코믹하면서도 눈물 나게 그려 갈채를 받았다.
'배우열전'은 애당초 '소박한' 기획으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년간 극단원 10여명이 워크샵을 하며 작품을 직접 선택했고, 번역과 연출 모두 그들 손으로 해냈다. 이유는 단 하나.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연기자의 원초적인 소망 때문이었다.
지난 1950년 창단된 국립극단은 국내 대표적인 국공립연극단체. 극단 성격상 세익스피어의 '햄릿'이나 차범석의 '산불' 등 공인된 레퍼토리만을 할 수 밖에 없다. 비록 가난한 대학로 배우들로부터 "월급 받고 연극하니 얼마나 따뜻하냐"는 '질시'를 받긴 하지만, 정해진 작품에 돌아가며 주인공을 해야하는 현실은 속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배우열전'은 이런 오랜 갈증의 해소책이었다. 극단은 배우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전폭 지원했다. 일단 남산에서 가장 작은 별오름극장을 확보했고, 그 첫 결과물이 국내 초연의 이 두 작품이다.
'겨울 해바라기'는 여장 남자 등 파격적으로 소외된 군상들을 등장시켜 시선을 끌어당겼고, '테오에게…'는 국립극단에서 보기 힘든 모노드라마 형식에 실험적인 무대와 조명, 음악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들의 갈증이 얼마나 깊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테오에게…'의 공동연출과 주연을 맡은 김종구는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 출연하는 대학로 배우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며 "처음 해보는 모노드라마지만 힘든 줄 모를만큼 작업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해마다 이런 기획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테오에게…'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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