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박정자의 '19 그리고 80' 뮤지컬로 돌아오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1.12 00:10 | 수정 : 2008.01.12 13:29

19일부터 예술의전당서 공연

배우 박정자(67)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노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뮤지컬 '19 그리고 80'(19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사진) 때문이다. '19 그리고 80'은 박정자가 2003년부터 1~2년마다 재공연하며 "나이 80까지 할 보험"이라 불렀던 작품인데 이번엔 장르를 연극에서 뮤지컬로 바꿨다. '넌센스' 이후 오랜만의 뮤지컬 출연인 데다 직접 불러야 할 노래가 9곡이나 된다는 게 박정자를 괴롭혔다.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했을까. "내가 몸치에 박치에 음치인 줄은 몰랐다!"

연습 진도가 잘 안 나가자 박정자는 스스로에게 벌(罰)을 줬다고 한다. 형벌의 내용은 아무도 안 만나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에너지를 본인에게 쏟고 있는 셈이다.

뮤지컬 '19 그리고 80'은 2005년 미국에서 세계 초연됐다. 이야기며 등장인물은 연극과 다르지 않다. 사는 데 싫증 난 19세 청년 해롤드(이신성)와 죽음을 준비하는 80세 할머니 모드(박정자)의 만남과 사랑을 따라간다. 둘을 이어주는 공간은 장례식장이다. 하지만 해롤드가 장례식장에서 삶의 종말을 볼 때, 모드는 삶의 시작을 본다.

2005년 박정자는 풋풋한 해롤드 재목을 찾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열고 심사에도 참여해 88 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 윤태웅을 발굴하기도 했다. 이번 뮤지컬 버전엔 '멜로드라마' '천사의 발톱'의 이신성(29)이 해롤드로 발탁됐다.

극중 해롤드는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친구가 없는 그는 쓰레기 하치장이나 폐차장을 어슬렁거리고, 걸핏하면 장난 삼아 자살을 시도한다.
뮤지컬 19그리고80

"혹시 떨어진 땅콩 봤수?" 장례식장에서 해롤드를 처음 본 모드가 그에게 던지는 말이다. 80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나무를 옮겨 심는 그에게 시작은 끝이고 끝은 시작이다. "그는 80세 생일날 죽기로 마음먹은 상태지만, 이를 알 길 없는 해롤드는 "자기 이야기를 좀 들려줄래?" 하며 다가오는 모드에게 점점 마음이 끌린다.

박정자는 연극 '19 그리고 80'에서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가면을 쓰고도 고무줄을 잡아당겼다 툭 풀어놓는 것 같은 독특한 화법을 보여줬었다. 우울과 자포자기, 반항적인 해롤드로 출발해 쾌활하고 낭만적인 해롤드 쪽으로 길게 몸을 던져야 하는 이신성의 변신도 기대된다.

이 뮤지컬은 조연 배우들도 짱짱하다. 서지영 배해선 이건명 등 다른 공연에서는 주인공감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02)577-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