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10 01:11 | 수정 : 2008.01.10 03:18
[세계로 점프한 한국 발레] <2> 김지영
"내가 춤을 즐길 때 공연도 좋아져"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선 캐롤송 '징글벨'이 명랑하게 흘렀다. 지난달 24일 오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오페라극장 뮈지크테아테르. 이날 클래스에 나온 무용수 80명 중 한국인은 김지영(30) 김세연(29) 한상이(23) 세 명이었다. 또 다른 한국인 단원 유서연(23)은 부상 때문에 불참했다. 몸풀기는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느린 음악에서 빠른 음악으로, 큰 동작에서 작고 섬세한 동작으로 건너갔다.
"음악에 집중해요!" 발레 코치가 소리쳤다. 반주자는 계속 다른 음악으로 옮겨갔고 무용수들은 30분 만에 땀에 젖었다. 이어진 연속 동작 훈련. 점프하며 돌 때는 "더 강하게" "균형 잃지 말고"라는 주문이 연습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예술감독 테드 브랜슨은 김지영의 춤에 대해 '아름다운 압력(beautiful pressure)'이라고 표현했다. 2007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한 김지영은 연말 공연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 역을 맡으며 지난 1일 '막공(마지막 공연)'에 출연할 정도로 인정 받고 있다.
"음악에 집중해요!" 발레 코치가 소리쳤다. 반주자는 계속 다른 음악으로 옮겨갔고 무용수들은 30분 만에 땀에 젖었다. 이어진 연속 동작 훈련. 점프하며 돌 때는 "더 강하게" "균형 잃지 말고"라는 주문이 연습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예술감독 테드 브랜슨은 김지영의 춤에 대해 '아름다운 압력(beautiful pressure)'이라고 표현했다. 2007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한 김지영은 연말 공연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 역을 맡으며 지난 1일 '막공(마지막 공연)'에 출연할 정도로 인정 받고 있다.
―늘 이렇게 연습하나?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 같다
"무용은 자잘한 동작들의 조합이다. 클래스에서는 발레의 알파벳을 복습한다. 매일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진다."
―해외에서 한국인 수석 무용수는 강수진에 이어 당신이 두 번째다. 2007년엔 발레단 후원회와 팬들이 뽑는 '알렉산드라 라디우스 상(賞)'도 받았는데….
"2005년 솔리스트(수석 다음 등급)가 되기 전부터 가끔 큰 배역이 내게 떨어졌다. '이번에도 김지영이 승급 안 되면 단장에게 따지겠다'는 동료까지 있었다. 그러나 주역은 이제 내게 '선물'이 아니고 '의무'다."
예원학교와 러시아 바가노바발레학교에서 발레를 배운 김지영은 국립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다 해외로 진출한 발레리나다. 1998년 프랑스 파리발레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1등, 미국 잭슨콩쿠르에서는 동상을 차지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섬세함과 힘의 밸런스가 좋고 특히 '포 드 브라(팔 동작)'가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 와서 춤이 달라졌나?
"전에는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같은 힘찬 춤을 좋아했는데 점점 디테일한 것을 보게 된다. 20대 초반까지 지루하게 여겼던 '지젤'에도 끌릴 정도다. 아마 음악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 뒤로 숨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렇다. 같은 박자 안에서 춤의 강약과 템포를 조절한다. 음악과 춤 사이가 헐렁하지 않고 끈끈하게 붙는 느낌이다."
―친구 따라 발레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다.
"10대 때는 두 바퀴 돌고 발이 떨어지느냐 아니냐가 중요했지만 이젠 다르다. 대체로 내가 즐길 때 공연이 좋아진다. 관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곳 관객은 한국 관객과 달리 기(氣)가 덜 느껴진다. 다들 객석에 앉아 있다는 것, 관람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10년쯤 뒤 김지영을 상상한다면.
"오래 춤추고 싶지는 않다. 발레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때까지 조금씩이라도 내 춤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무용은 자잘한 동작들의 조합이다. 클래스에서는 발레의 알파벳을 복습한다. 매일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진다."
―해외에서 한국인 수석 무용수는 강수진에 이어 당신이 두 번째다. 2007년엔 발레단 후원회와 팬들이 뽑는 '알렉산드라 라디우스 상(賞)'도 받았는데….
"2005년 솔리스트(수석 다음 등급)가 되기 전부터 가끔 큰 배역이 내게 떨어졌다. '이번에도 김지영이 승급 안 되면 단장에게 따지겠다'는 동료까지 있었다. 그러나 주역은 이제 내게 '선물'이 아니고 '의무'다."
예원학교와 러시아 바가노바발레학교에서 발레를 배운 김지영은 국립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다 해외로 진출한 발레리나다. 1998년 프랑스 파리발레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1등, 미국 잭슨콩쿠르에서는 동상을 차지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섬세함과 힘의 밸런스가 좋고 특히 '포 드 브라(팔 동작)'가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 와서 춤이 달라졌나?
"전에는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같은 힘찬 춤을 좋아했는데 점점 디테일한 것을 보게 된다. 20대 초반까지 지루하게 여겼던 '지젤'에도 끌릴 정도다. 아마 음악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 뒤로 숨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렇다. 같은 박자 안에서 춤의 강약과 템포를 조절한다. 음악과 춤 사이가 헐렁하지 않고 끈끈하게 붙는 느낌이다."
―친구 따라 발레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다.
"10대 때는 두 바퀴 돌고 발이 떨어지느냐 아니냐가 중요했지만 이젠 다르다. 대체로 내가 즐길 때 공연이 좋아진다. 관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곳 관객은 한국 관객과 달리 기(氣)가 덜 느껴진다. 다들 객석에 앉아 있다는 것, 관람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10년쯤 뒤 김지영을 상상한다면.
"오래 춤추고 싶지는 않다. 발레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때까지 조금씩이라도 내 춤이 발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