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10 01:16
[클래식 ABC]
모처럼 여동생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여섯 살짜리 조카와 함께 놀 거리를 찾다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9번을 골랐습니다. 1악장의 첫 주제가 나오는 대목에서 외삼촌이 손과 발을 흔들면서 '몸치 댄스'를 선보이자, 조카도 따라서 신나게 춤을 춥니다. 세상사에 지친 외삼촌은 곧장 잊어버리고서 소파에 누워 버렸습니다.
한참 지났을까요. 다시 1악장의 주제가 반복되는 대목에서 조카는 그 멜로디와 동작을 정확히 기억해내고 같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놀란 외삼촌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여동생을 붙들고 "모차르트가 다시 태어난 것일 지 모른다. 당장 피아노 학원부터 보내라"며 한참이나 닦달했습니다.
새삼스럽게 조카 자랑을 하는 이유는 소나타(Sonata) 형식을 말씀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흔히 교과서에는 제시와 발전, 재현이라는 알쏭달쏭한 용어로 설명하지요. 쉽게 말해 주제를 두 개 정도 보여주고(제시) 이 주제들을 변형하거나 확장시킨 뒤(발전) 다시 들려준다(재현)는 의미입니다. 여섯 살 조카는 재현의 뜻을 명확히 알고서 몸을 흔든 것입니다. 영화 '타짜' 식으로 말하면 카드를 보여주고 마구 섞은 뒤 다시 펼쳐 보이지만, 여전히 카드는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참 지났을까요. 다시 1악장의 주제가 반복되는 대목에서 조카는 그 멜로디와 동작을 정확히 기억해내고 같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놀란 외삼촌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여동생을 붙들고 "모차르트가 다시 태어난 것일 지 모른다. 당장 피아노 학원부터 보내라"며 한참이나 닦달했습니다.
새삼스럽게 조카 자랑을 하는 이유는 소나타(Sonata) 형식을 말씀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흔히 교과서에는 제시와 발전, 재현이라는 알쏭달쏭한 용어로 설명하지요. 쉽게 말해 주제를 두 개 정도 보여주고(제시) 이 주제들을 변형하거나 확장시킨 뒤(발전) 다시 들려준다(재현)는 의미입니다. 여섯 살 조카는 재현의 뜻을 명확히 알고서 몸을 흔든 것입니다. 영화 '타짜' 식으로 말하면 카드를 보여주고 마구 섞은 뒤 다시 펼쳐 보이지만, 여전히 카드는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형식은 그대로 장르의 이름이 됩니다. 흔히 3~4악장의 피아노 독주곡을 '피아노 소나타'라고 부르지요. 비슷하게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이중주를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와 피아노의 이중주를 '첼로 소나타'라고도 부릅니다.
악기의 종류와 숫자가 다를 뿐, 소나타 형식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이든,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가 함께 하는 협주곡이든, 바이올린이나 첼로 소나타든 작품의 핵심에는 소나타 형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을 묶어서 흔히 '빈 악파'나 고전파의 '삼총사'로 부르는 건, 고전파 시기에 이들의 활동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빈에서 바로 소나타 양식이 정립됐기 때문입니다.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며 이 형식도 다시 단절과 극복의 대상이 됩니다. 음악 역시 '도전과 응전의 역사'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음악회에서 소나타 형식을 찾아내거나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안드라스 쉬프(피아노) 미클로스 페레니(첼로) 두오 연주회, 베토벤 첼로 소나타 2·3·4번, 2월 22일 예술의전당, (02)541-6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