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린 연정… 휘청대는 해변의 민박집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1.10 01:13

연극 '겨울 해바라기'

무대는 일본 어느 해변의 민박집이다. 낡은 선풍기가 회전 모드로 바람을 일으키고 쏴아쏴아 파도 소리도 밀려온다. 영화 '피와 뼈'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재일교포 정의신이 쓴 '겨울 해바라기'〈사진〉는 고요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했다. 인물들 사이의 갈등은 끓어올라 공중분해되는데, 그 파편들을 모아붙이는 뒷손질이 좋았다. 12월 31일 모여앉아 먹는 찬 메밀국수 한 그릇. 연극은 후루룩 쩝쩝 맛있는 소리로 끝난다.

'겨울 해바라기'가 준 재미의 절반은 수준급 희곡에서 왔고, 나머지 절반은 국립극단 배우들의 연기가 채웠다. '스튜디오 배우열전'이라는 기획을 통해 소극장 무대에서 뭉친 배우들은 '국립극단은 대작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예술감독과 선배 배우들 없이도 좋은 몸놀림을 보였다. 그들이 바라는 연극이기 때문인지, 적역에 가까운 인물들을 창조했다.

'겨울 해바라기'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다. 민박집 주인 히토시(한윤춘)를 중심으로 동거 상대인 미즈키(노석채), 트랜스젠더 친구 쓰유코(서상원), 미즈키를 찾아온 여인 기리코(이은정)가 충돌한다. 히토시의 어머니(권복순)와 포르노 작가 구니야스(최상설)의 불륜은 이 복잡한 민박집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다. 한윤춘은 말더듬는 동성애자로 고요와 폭발의 두 얼굴을 보여줬고, 트랜스젠더로 극에 웃음기를 더한 서상원, 스토커의 집착을 구체화한 이은정의 연기가 좋았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흙먼지 등 원작을 잘 살린 연출(이상직)도 눈에 들어왔다.

'겨울 해바라기'에 이어 스튜디오 배우열전 두 번째 작품으로 10~20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는 김종구의 1인극 '테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연출 김종구)가 공연된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자살하기 전 편지를 쓰며 불러내는 기억들로 무대를 채운다. (02)2280-4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