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짜리 박수근의 그림 ‘빨래터’ 수상하다”

  • 이규현 기자

입력 : 2007.12.31 00:30 | 수정 : 2007.12.31 08:19

5월에 경매된 작품… 한 미술잡지가 짝퉁 의혹 제기
“95년에 나온 도록과 달라”… 서울옥션 “둘 다 진품”

한 미술 잡지가 국내 최고 경매 기록(45억2000만원·올해 5월 서울옥션)을 세운 박수근 유화 ‘빨래터’의 진위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실어 파문이 예상된다. 1월 1일 창간되는 미술시장 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발행인 강병철 ㈜자음과 모음 대표)는 창간호에 실린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라는 기사에서 “대한민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인 ‘빨래터’가 짝퉁 의혹을 받고 있다”며 1995년 시공사에서 나온 ‘박수근 작품집’에 실려 있는 비슷한 이미지의 ‘빨래터’(개인 소장) 도판을 싣고 두 작품을 비교했다. ‘아트레이드’ 류병학 편집주간은 이 기사에서 “시공사 ‘빨래터’의 물줄기 선들은 어두운 바탕색 위에 두터운 마티에르(질감)로 표현했는데, 서울옥션의 ‘빨래터’는 그냥 그어진 선일 뿐”이라며 의혹의 근거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옥션측은 “박수근 화백의 유족을 비롯해 감정위원 10여명이 봤는데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박 화백은 빨래터 풍경을 여럿 그렸고, 시공사 도록에 있는 것과 이 작품 둘 다 진품이다”며 “필요할 경우 한국미술품감정협회로부터 공개 감정을 받을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측은 “비전문가의 억측에 근거한 기사를 쓴 ‘아트레이드’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혀 미술계에서는 ‘아트레이드’의 기사와 관련한 법정 분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지난 2005년부터 2년 동안 검찰이 수사했던 ‘이중섭 위작사건’을 능가하는 파문이 일 수 있다.
올 5월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빨래터’(37×72㎝·사진 위쪽)와 시공사 도록에 실려 있는‘빨래터’(50.5×111.5㎝·사진 아래쪽). /‘아트레이드’제공

‘아트레이드’는 이번 호에 제주도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이 국내 한 화랑 대표에게서 기증 받은 이중섭 그림인 ‘매화’가 가짜라는 의혹이 든다는 미술평론가 최석태씨의 글도 함께 실어 새해 미술계에 또 한번 스캔들이 일 것으로 보인다.